▲ 김 명 환 목사
유년시절 주일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듣던 이야기 중 마음 깊숙이 남아있는  교훈이 하나가 있다. 다리를 절며, 거지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예수님의 이야기이다.

“교회에 잘 다니는 철수의 집에 예수님께서 오신다고 약속했다. 해서 철수는 청소를 깨끗히 해 놓고, 음식을 차려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밤새도록 기다렸다. 하지만 오신다는 예수님은 오시지 않고, 허름한 옷을 입고 다리를 저는 절음바리 거지가 찾아와 먹을 것을 달라고 했다. 철수는 절음바리 장애인으로 오신 예수님을 외면했다. 다음에는 눈이 안보는 소경의 모습으로 찾아와 먹을 것을 달라고 했다. 또 소경 장애인으로 찾아온 예수님을 외면했다. 마지막에는 초라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찾아와 먹을 것을 달라고 했다. 할머니의 애절한 마음도 외면했다. 철수는 예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왜 오신다는 예수님은 안 오시고, 장애인인 소경과 절름발이 그리고 초라한 할머니만 찾아와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느냐며, 생떼를 섰다. 이 때 예수님이 나타나 내가 너의 집에 3번이나 찾아 갔지만, 외면당했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해마다 찾아오는 장애인의 날, 장애인의 달에 주일학교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동화이다. 그렇다 예수님은 오늘 절음바리, 눈먼 소경, 초라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우리들의 격을 찾아오고 계시다. 하지만 부자가 된 한국교회의 교인들은, 초라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예수님을 외면하고 있다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동화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교회 교인들에게 부활의 아침, 장애인의 날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성서에서 나타난 예수님은 가난하고, 소외된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와 노인, 과부 등의 친구가 되어 이들에게 하나님나라에 대한 소망과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오늘 한국교회의 교인들은 과연 성서의 말씀과 교훈을 실천하며, 생활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성서는 분명하게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다. 또한 화합하고, 연합하라고 했다. 또 사회적 약자인 과부와 어린이, 고아, 문둥병자, 장애인 등을 보살피라고 했다. 이러한 예수님의 삶을 실천하는 교인들이 얼마나 될까(?) 나 자신에게 부터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아이들이 폭력의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으며, 장애인들이 교회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 이들은 슬피울며, 하늘을 향해 간구하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간답게 살게 해 달라”, “엄마와 아빠의 폭력에서 구원해 달라고”, “내 이웃이 되어 달라”, “기아와 전쟁에서 해방시켜 달라고” 등등 부활의 아침,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절규한다. 이들의 절규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교회이기주의인 집단주의와 패거리주의에 길들여져 분열과 갈등을 일삼고 있는 한국교회가 철수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절규를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에서도 이들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교회, 교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세태가 되었다. 서로 무엇이 그렇게 잘났다고 미워하며, 다툼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부활하신 예수님을 또 다시 십자가의 형틀에 못을 박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한국교회의 교인들이 초라한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외면하며,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는 2014년 부활절과 장애인의 날, 장애인의 달을 맞았다. 모두가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며, 연합예배 등의 여러 가지 행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교회이기주의로 분열과 갈등을 일삼는 교회지도자, 자신의 양심을 팔아 가짜학위를 받는 목회자, 교회의 헌금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목회자, 다툼이 끊이지를 않는 교회,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교회,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는 기독교인, 무당목사들의 무분별한 사기행각 등으로 치유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었다. 예수님은 한국교회를 보시고, 슬퍼하며 울지는 않으실까(?)

분명한 것은 오늘 한국교회의 이러한 행동은, 예수님을 다시 십자가의 형틀에 못을 박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2014년 부활절을 맞은 한국교회의 교인들은, 예수의 삶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그리고 소외된 이웃을 외면하고, 분열과 갈등을 일삼으며, 민족을 사랑하지 못한 잘못을 회개하자. 이것만이 사랑과 용서, 연합과 화해가 있었던 초대교회의 신앙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이 교회를 신뢰하고, 하나님나라를 대망할 수 있다.

/인천 갈릴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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