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는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은 한 해였다. 세상의 소망과 희망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한 해였다. 과거 나눔과 섬김, 사랑의 실천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소망과 희망을 주었던 한국교회가 이처럼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은 교회다움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한국교회는 지난 한 해 사회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두드러진 것이 교회세습에 관한 문제였다. 과거 대형교회를 위주로 자행되던 세습이 이제는 크기와 상관없이 유행처럼 전국교회로 번지고 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세습 관행은 가뜩이나 바닥에 추락한 한국교회의 신뢰도를 수습불가능 상태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회세습 관행을 비호하는 세력들은 은밀하고, 주도적, 기습적으로 후계자 양도를 단행하고 있다.

이는 비성경적, 비선교적 행위일 뿐 아니라, 한국교회가 도덕적으로도 타락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더 이상 한국교회는 ‘교회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며,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를 받아야 한다’는 진리를 지키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목회자 세습이 하나님의 주권을 부정하고, 교회를 사유화하는 배도적 죄악이자 교회의 교회됨을 뿌리째 흔드는 교회파괴 행위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회 내부의 세습 반대 목소리도 거세게 일어났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 9월 25일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임시입법의회를 열고, 교회세습을 금지하는 내용의 장정 개정안, 일명 ‘교회세습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르면 감리교 장정 제3편 ‘조직과 행정법’에 ‘담임자 파송 제한’ 조항을 신설할 수 있게 됐다. 이 조항은 부모나 자녀 또는 자녀 배우자는 연속해서 동일 교회에서 목회할 수 없으며, 부모가 장로로 있는 교회를 자녀와 자녀의 배우자가 담임할 수 없도록 했다. 사회적 시각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교회 안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었다.

교회개혁실천연대ㆍ기독교윤리실천운동ㆍ바른교회아카데미 등이 주축이 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도 11월 2일 출범했다.

교회세습이 권력화 된 한국교회의 정형화된 모습으로 교회갱신을 위해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각 교단마다 세습금지를 위한 입법운동을 목표로 세습인식여론조사, 세습단행본 출간, 정기포럼, 세습반대서명 및 서약운동, 사회와 교회의 여론형성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장기적으로는 세습의 근본원인인 교회리더십 교체의 바람직한 방향 제시와 건강한 청빙문화 확산에 기여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는 지난 11월 18-20일 개최한 제61회 총회ㆍ에큐메니칼 선교대회에서 한국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기치로 내걸었다. 교회협의 이 같은 결의는 한국교회가 공공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절박한 위기 상황 속에서 나왔다.

교회협은 “오늘날 한국교회는 백성의 공공성의 열망에 부합한 초창기 기독교의 생명력을 잃어버린 채, 시민과 사회가 요구하는 공의와 공공성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회협은 교회의 현실을 향한 공공성 강조와 촉구의 현실적 기초는 다름 아닌 교회 내부의 투명성과 공신력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교회가 또 다른 이익집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지향하는 공동체이며, 그 복음을 현실 속에서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공적 권위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한 해에는 성직자 소득납세와 교회의 재정 투명성 확보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소득납세와 교회 재정의 불투명성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재정 투명성 문제는 우리가 하나님의 것을 소중하게 관리하는데 미흡한 점에 대한 성찰을 불러오고 있다며 교회가 초심으로 돌아가 먼저 우리 안의 가난한 사람을 없게 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한 교회의 과제를 생명을 다해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목회자들이 윤리ㆍ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난 한 해 강하게 일어났다. 선두에 선 것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였다. 한목협은 지난 11월 29일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발족을 공식 선언하는 한편, 한국교회목회자윤리선언을 발표했다.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는 교세 확장과 대사회적 영향력 확대에만 골몰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중심에 목회자의 윤리 문제가 있음을 직시하고, 윤리위원회를 독립적인 상설기구로 설립해 목회자들의 윤리적 사명 수행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식 출범과 함께 목회자 윤리선언을 발표, 목회자들의 도덕성 회복을 위한 지표로 삼고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이들은 윤리선언에서 △교회에서 어떤 직책이나 지위를 얻기 위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돈을 쓰는 일이 없도록 할 것 △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목회자 스스로 정직 근면할 것 △현대사회의 온갖 유혹으로부터 자신과 가정과 교회를 지키는 순결운동에 앞장설 것 △자녀나 친족에게 담임목사의 자리를 대물림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과 세습 근절에 앞장설 것 등을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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