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신 목사
불신의 시대. 지금 대한민국이 그렇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불신을 증폭시켰다. 선장도 선원도 해경도 정부도 믿을 수 없다. 아니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믿지 못하는 풍조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안내방송은 귀한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보편적으로 응급상황에서 일반인들보다 전문가인 선장과 선원들의 말을 따르는 것은 일반 상식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이러한 보편적 상식을 무참히 깨뜨렸다. 선장과 선원들이 제복도 벗어 던진 채 속옷 바람으로 배를 버리고 도망칠 줄을 그 누가 알았겠나. 그 말을 믿지 않고 '스스로' 배 밖으로 탈출하는 것만이 생환의 길이었음을 어찌 알았겠나.

어처구니없는 이번 참사는 믿지 못하는 풍조를 만들었다. 얼마 전 일어난 상왕십리역에서의 지하철 충돌사고는 불신의 풍조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하게 되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두 열차가 충돌하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스스로 탈출로를 찾아 나섰다. 열차의 기관사들이 자신의 안전을 책임져 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세월호를 떠올렸으리라. ‘나가지 않으면 죽는다.’ 기관사도 승무원도, 아니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이번 참사는 자연스레 교회 안의 불신의 풍조를 떠오르게 한다. 오늘날 교회는 어떠한가. 이미 세월호 참사 훨씬 이전부터 교회 안팎에는 불신의 아이콘이 뿌리 깊게 자리를 잡았다. 믿지 못한다. 목사가 목사를, 성도가 목사를, 성도가 성도를, 서로가 믿지를 못한다. 한국사회가 한국교회를 믿지 못하고, 국민들이 기독교인들을 믿지 못한다.

교회 밖에서 세상 사람들은 교회를 향해 기독교인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교회 안에서는 목회자과 교인이, 목회자와 목회자가, 교회와 교회가, 총회와 총회가, 노회와 총회가 서로를 적대시하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광경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이 한가운데 불신이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기독교 인구가 1%정도에 그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본 사회에서는 기독교인에 대해 ‘정직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기독교인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 즉 신뢰할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어떤 평판을 받고 있는가. 정직하지 않은 사람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들,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상황에서 복음 전파가 원활하게 이뤄질리 만무하다. 기독교인도 믿지 못하는데 기독교인들이 외치는 복음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불신의 반대말은 신뢰이다. 신뢰가 깨어진 곳에서는 원칙도 정의도 사라진다. 오늘날 한국사회에는 불신이 팽배하고, 불신이 팽배한 사회 속에서 그나마 신뢰를 주어야 할 교회마저도 이를 망각하고 있다. 신뢰가 없는 사회, 불신에 휩싸인 교회에 무슨 희망이 있고, 사랑과 평화, 정의와 생명이 있겠는가.

따라서 한국교회는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안으로는 구성원들 간에 신뢰의 공동체가 되어야 하며, 밖으로는 원칙과 정의가 무너지는 사회에서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 목회자와 성도 모두가 거짓이 없는 정직함을 회복할 때 교회는 비로소 신뢰의 공동체로 변화될 것이다. 아울러 교회가 신뢰의 공동체가 될 때 믿지 않는 많은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기독교가 한국사회를 선도하는 신뢰의 종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예장 통합피어선총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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