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비어 있고
땅에는 늘 가득하다
그 사이 오고가는 것들
모두 다 바람이었다

참새로 울던, 까치로 울던
무슨 뜻으로 울었던지
말이 없는 죽은 자도
한 때의 바람이었다

새들의 날갯짓도
우리들의 발걸음도
삶을 헤쳐 가는 몸부림
그것도 또한 바람이다

하늘과 땅 사이
새는 날고 개는 잰걸음
금방 지나가는 자리마다
한 가닥 바람이 지나간다

▲ 정 재 영 장로
작품이 말하고 있는 내용 즉 ‘모두=바람’이라는 공식이 내포하고 있는 뜻을 살펴본다. 

첫 연에서는 이동하는 모든 사물을 지시하고 있다. 2연에서는 죽은 자의 생존 시의 모든 행위를 말한다. 3연에서는 2연과 반대로 현재 생존하는 새나 사람의 양태를 들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는 현재도 하늘과 땅 사이의 존재, 즉 날아다니는 것이나 걸어 다니는 생명을 가진 모든 대상을 말한다. 이미지의 점층적 드러냄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바람이란 모든 생명에게 미치는 알 수 없는 존재의 힘이다. 여기서는 신의 속성이나 어떤 힘인 것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모든 존재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움직이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작품 구성을 수사학적으로 해부해 볼 필요가 있다. 

 1연은 바람이 가득한 하늘과 땅이다. 2연은 공중의 참새, 까치라는 존재와, 땅에서 생존하다가 죽은 자의 발걸음이다. 이것도 역시 공중과 땅이라는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3연은 2연의 대상을 죽은 자로부터 생존하는 대상으로 연장시키고 있다. 마지막 연은 현재 공중과 땅에서 생존하는 모든 대상을 은유해 놓고 있다. 모든 연의 공통점은 ‘하늘과 땅’이라는 이중적인 언어의 사용이다. 이것은 공중과 땅이라는 상하 관계인 공간 속에 모든 대상을 담아 놓고 있음은 시적 공간을 극대하고자 하는 의도다. 

  이처럼 공중과 땅이라는 상반성을 이루고 있는 상하의 구조를 보면, 융합시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융합이란 상반적인 대상을 핵융합반응처럼 용융(melting)시켜 새로운 사물(대상)으로 창조하여 새롭게 해석하는 창작론이다. 좋은 작품 속에는 이런 이질적인 대상으로 구성된 융합적인 요소를 가진다. 관념의 거리감 속에서 상상의 확대를 꾀하게 하는 심미적 기전이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