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빵 브랜드인 파리바게뜨가 빵의 고장 프랑스 파리에 1호점 매장을 냈다고 한다. 앞으로 계속해서 매장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는 포부이다. 빵맛이 좋아 그날 만든 바게트가 모두 팔렸다는 기사에는 반가움도 끼어든다. 헌데 빵집을 열기 위해 파리시청의 허가를 받기까지의 과정에 이르러서는 ‘이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2006년 ‘파리바게뜨 프랑스법인’을 세우고 매점을 열기까지 매장뿐 아니라 매장 의자 디자인까지 파리시청으로부터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했다는데, 그게 끝이 아니다. 매장 디자인은 물론 간판 색깔까지 주민 동의를 모두 받아야 했고, 새벽 빵 굽는 냄새가 싫다며 입점에 반대하는 주민도 설득해야 했다. 그렇게 받은 주민 동의서를 시청에 제출하자, 이번엔 파리시 문화재관리국이 발목을 잡았다. 새로 디자인한 브랜드 이미지를 새긴 의자와 소파를 준비했는데 ‘파리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수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겹쳐지는 생각은, ‘대한민국 서울에서는 어떨까?’ 하는 것이다. 감독관청에 매장 안의 의자 디자인과 색깔까지 감독하는 규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상식 수준에서 아는 대한민국에서는 ‘별 그대’ 이야기일 게 분명하다. 날마다 기업들의 하소연을 대변하는 기사들은 각종 규제가 많아 기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규제라는 게 대개는 환경영향평가라든지, 교통영향평가, 탄소배출관련 규제와 식품위생 및 유해업소에 관한 최소한의 규제들이다. 알고 보면 공익을 위해 불가피한 것들인데도 기업으로서는 그마져도 싫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한술 더 뜬다. 도시의 역사라든지, 도시공동체를 위한 경제의 선순환이라든지 하는 요구는 배부른 소리이고, 빈부격차 해소 따위의 주장은 사상이 불순한 자들의 선동쯤으로 몰아버린다. 모든 걸 돈벌이로 환원시키는 자들의 뇌리에 ‘문화재? 그게 밥 먹여줘?’ 하는 식이다.

더욱 기분이 묘한 것은 국내에서는 ‘동네 빵집 살리기’를 기업 발목 잡기라며 강하게 저항했던 파리바게뜨가 어떻게 파리에서는 그렇게 고분고분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냥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그런대로 이해가 되지만, 문화적 자긍심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제멋대로이고, 밖에 나가서는 고분고분한 기업. 그게 과연 좋은 기업일까?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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