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의 기강이 해이해 진다는 이유로 사건축소와 은폐에만 혈안
한국교회 세례 넘어서 병사들의 고민 함께 나누는 모습으로 변해야

한국사회가 연이은 사건사고로 우울증에 빠져있다. 최근에는 최전방 일반전초(GOP) 총기 난사 사고로 12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소위 관심병사 2명의 잇따른 자살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소중한 한 생명이 구타사건으로 인해 사망하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젊은 청춘을 바쳤지만, 결국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와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이에 과거부터 논란이 됐지만, 쉬쉬 했던 군대내 인권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대한민국 국군. 하지만 군대내 인권문제는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이다. 구타와 가혹행위는 물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파렴치한 일까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60만 정예병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병사들의 인권과 자율성은 땅바닥에 곤두박질한 상태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병사들이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생활하는 모습에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하지만 병영에서 일어난 일들은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철저히 비밀로 치부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사건이 아니라도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묻히고 있다.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거나, 사건이 드러나더라도 최대한 축소하기에 바쁘다. 병사들의 기강이 해이해 진다는 이유만 내세운 채 사건의 진실을 숨기는데 목을 매는 것이다. 설령 구타나 가혹행위가 일어나서 처벌하는 과정에서도 가해자들은 단순히 영창을 보내고, 피해자는 다른 부대로 전출을 보내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한다.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보다 사건은폐를 위한 노력만 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지금 이 시간에도 구타와 가혹행위는 은밀하게 자행되고 있다.
입대를 앞둔 젊은 남성들이 세상의 짐을 모두 짊어진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것도 세상과의 단절뿐 아니라, 구타와 가혹행위에 대해 익히 들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애쓴다. 일각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군대만 안가면, 이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실 군대를 갔다 온 남성과 가지 않은 남성들의 사회진출 시기부터가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군대에 갔다 왔다고 특별한 가산점이 부여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는 것이 현실적인 답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남북분단이라는 국가적 정세 속에서 군대를 무턱대고 안갈 수는 없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건강한 남자라면 한번은 다녀와야 할 곳이다. 다만 전제조건이 붙는다. 정신적, 신체적 건강한 상태로 입대와 제대를 하는 것이다. 어느 하나 문제가 생긴다면, 한 가정을 파괴에 이르기까지 한다. 따라서 올바른 병영생활을 위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가정과 사회, 한국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선 입대를 앞둔 아들을 둔 가정에서는 입대 전부터 군대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이 될 수 있도록 근심걱정을 풀어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정신적, 신체적 문제가 없는지 사전에 주의 깊게 살피고, 나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도록 이끌어야 한다. 입대 후에도 아들과의 전화 통화나 편지로 심리적 변화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또 부모와 아들과의 관계 속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언제든지 고민거리가 있으면 상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설령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다독여야 한다. 바쁘더라도 면회를 정기적으로 가서 심리적 압박감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언제나 가족이 함께 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회적으로도 더 이상 인권유린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인권존중 캠페인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또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경쟁적 체제에서 벗어나 서로 화합과 일치를 이루도록 사회적 개혁운동을 벌이고, 어릴 적부터 인권존중이 몸에 베이도록 도덕과 윤리 과정을 심화시켜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 군대는 이제라도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직시하고, 대대적인 군개혁을 통해 병사들의 인권유린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위계질서라는 명맥 하에 자행되고 있는 구타와 가혹행위가 병영생활의 감초가 되지 않도록 뿌리부터 잘라내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무거운 철퇴를 내려야 한다.

한국교회도 병영생활이 건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군인들에게 세례를 주는 선에서 멈추지 말고, 병사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 군부대와 적극 협조 하에 상담실을 마련해 그들의 고민거리를 듣고, 해결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종교행사에 있어서도 단순히 초코과자를 나눠주는 것으로 인심을 얻으려하지 말고, 그들이 속내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친근감을 표시해야 한다.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서로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다. 인권은 천권이라는 말처럼 한국교회가 그들의 아픈 곳을 치유해주고,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손을 건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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