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아주 오래된 이야기들이
이 숲에 들려졌다

바람 되어
향기 되어
나무에게 들려지니

오늘 거기
글 되어 흐른다

▲ 정 재 영 장로
현재 아방가르드 작품은 난해하고 길다. 역사적으로 난해의 절정은 19세기 후반의 초현실주의 즉 자동기술법이다. 이것은 현대 심리학의 발전의 영향이다. 무의식의 세계를 진정한 인간의 본질로 다루는 작품이라서 그 무의식 자체를 설명함이란 어렵기 때문이다.  미술의 비구상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을 보니 1960년대 뉴욕에서 시작된 시각예술과 음악예술 중 하나인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생각난다. 자료를 찾아보면 ‘극도로 단순한 형태의 표현과 즉자적·객관적인 접근을 특징으로 한다. ABC 아트라고도 불리는 미니멀 아트는 예술형태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를 탐구하려는 시도였다.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표현을 아주 적게 하는 문화 예술 기법이나 양식이다.’라 한다.

 우리 청자가 분청을 거쳐 백자로 가는 과정과 같다. 넓게 보면 단순함 속에서 더 많은 사고를 하고자 하는 자세다. 단순함의 미학이라 부른다.

 예시는 우선 형식적으로 단순하다. 그러나 함유하고 있는 의미는 녹녹치 않다.

 숲이란 여러 나무가 모인 것을 말한다. 나무들이라는 복수형이 아닌 단순한 숲 자체가 다양한 나무들의 집합이다. 그래서 바람이 불 때 움직이는 모습도 개체에 따라 다르고, 그 나무들이 품고 있는 향기도 각각 달라서 다양하다. 이 말 속에는 인간 세계와 마찬가지임을 암시하고 있다.

 숲을 의인화시킨 비유라고 한다면 그 의미를 다양한 인간사회로 확장할 수 있다. 숲이 품고 있는 바람이나 향기가 글이 된다는 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말이 보이는 기호인 글, 즉 기록이나 창작인 역사나 예술을 은유하고 있다. 내용은 비구상처럼 애매하나 형식으로는 각각 자유롭게 상상하라는 친절함을 숨겨두었다.
 이처럼 단순 속에 다양한 의미를 품어야 좋은 작품이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