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신 목사
8.15 광복절이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물론 국민들의 마음은 개운치 않은 것 같다. 특히 한국교회는 남북평화 통일을 위해 그간의 노력을 생각하면 올해 광복절은 그리 반가운 날이 아닐 것이다. 올해로 광복 69주년을 맞았지만 아직 한반도에는 새로운 싸움과 갈등이 민족과 이 땅을 갈라놓고 있다. 이 서글픈 광복절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가.

현 정부체제에서도 남북관계는 여전히 경색되어 남과 북이 각기 따로 놀고 있는 꼴이다. 현 정부는 북을 타도해야 할 적국으로 여기고 있고 북 또한 상종할 가치가 없는 타국처럼 여기고 있다. 북한이 남한 정부를 상대하지 않고 직접 미국과 협상하려는 모습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신들을 무슨 범죄 집단으로 생각하는 우리 정부를 호의적으로 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보수 교회 지도자들과 목회자들은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목소리를 높여 왔다. 지원한 식량이 굶주린 인민들에게는 전달되지 않고 군축미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교회 인사는 북한 군인들도 같은 민족이 아닌가라고 반론한 적이 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따지면 사실 북한에 인도적 지원조차 할 수 없는 법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강경한 대북 정책을 주장하는 보수 교회지도자나 우파들도 이런 사정을 알고나 있는지 알길 없지만 오히려 앞뒤도 생각하지 않고 감정적이고 이념에 사로잡힌 우익들의 주장 때문에 한반도는 오히려 통일이 더 멀어지는 것이 아닌지 염려가 앞선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한미 군사훈련 등으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은 더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럴 때 평화와 화해의 사역을 감당하도록 부름 받은 한국교회와 교인들이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해 앞장서 나가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의 통일운동을 주도했던 과거의 영향력을 회복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80년대 독재정권의 억압 아래서 통일을 향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고, 소위 ‘88선언’을 통해 통일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평화통일기도회를 개최하고 인도적 대북지원을 통해 조건 없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노력은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통일에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전쟁 위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평화의 일꾼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다시 한 번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며 앞장설 때이다. 

일제로부터 해방이 됐다 하지만 아직 한반도에는 광복이 온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싸움과 갈등이 민족과 이 땅을 갈라놓고 있다. 이 서글픈 광복절에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누구를 위해 축하 예배를 드릴 것인지 한국 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에게 묻고 싶다.

예장 통합피어선총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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