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이제 우리사회도 ‘상속빈곤’이란 신종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상속빈곤’은 모든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정작 자신은 빈곤층으로 전락, 편안하게 누울 방조차 없이 힘겹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에게 붙여진 신종어이다.  

지난 18일 모방송의 모큐드라마 싸인에 소개된 70대 노부부는 여객선에서 바다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노부부는 극적으로 구조돼 응급실로 실려가 생명을 건졌다. 할아버지의 품속에는 유서가 있었다. 하지만 이 노부부의 소지품에는 신원을 파악할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은 마지막까지 자식의 이름에 먹칠 할 것을 두려워 한 노부부의 마지막 아들을 향한 배려이며, 사랑이 담긴 모습이다. 이 노부부는 병원에서도 누구의 눈에 띨까봐 도망치듯이 빠져나갔다. 이것 역시 부모의 자식을 향한 마지막 사랑이다.

모큐드라마 싸인의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노부부를 찾았다. 이 노부부는 자신의 몸도 추스르지를 못하면서,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폐지를 줍는 모습은, 늦은 시간 이 방송을 시청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노부부는 자식에 대한 질문에 함구하는 모습 속에서, 또 한번  자식을 향한 애틋한 사랑을 느끼게 했다.
그러면 길 모퉁이에 앉아 “제발 그만 우리를 눈감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모습은, 오늘 상속빈곤층에 속해 있는 이 땅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모습은 아닌가(?)를 생각하니 절로 마음이 저려온다.

이 노부부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재산을 가지고 있었던 당시만 해도 자녀들의 부모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나무랄 데라고는 어디에도 없었다. 행복이 흘러넘치는 평범한 가족이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부모에게 잘하는 모습은, 일가친척뿐만 아니라 이웃들에게 칭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이 노부부가 자신의 재산 전체를 며느리에게 건네주면서, 이 노부부의 마지막 삶은 역전되었다. 집에도 들지 못하게 하는 며느리의 모습, 휴지를 팔아 모은 돈의 일부를 손자에게 주려고 하자 거절하는 모습, 부모를 둘러싸고 며느리 간에 주고받는 대화 등의 모습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거기에다 며느리는 남편이 출근한 다음 노부부를 집에서 쫓아내고, 남편이 퇴근하기 직전에 들어오게 하는 모습은 아무리 대한민국의 가정이 몰락했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한 것은 먼 훗날 며느리도 노인이 된다는 것이며, 며느리 또한 노부부에게 행한 악행들이 대물림 된다는 것이다.오죽하면 재산을 자녀들에게 죽기 전에는 물려주지 말라고 할까(?) 이날 방송에 비쳐진 이 노부부의 이웃들도 수차례에 걸쳐 절대로 죽기 전에 재산을 상속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렇다 이 땅의 많은 어르신들이 자식들에게 재산을 상속해 주고도 부양도 받지 못한 채, 힘겹게 살아가는 ‘상속빈곤’의 어르신들이 늘어가고 있다.

퇴직금을 비롯한 일생동안 모은 재산을 자식에게 아무조건 없이 물려주었지만, 가족들에게서 개만도 못한 취급을 당하고 있다. 심지어 마지막 남은 노동력과 정부로부터 받는 고령연금까지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이 세계 10위 경제대국 대한민국 노인들의 모습이라는데 서글프다.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은, 며느리도 시어머니, 시아버지와 같이 노인이 된다는 것이며, 그것이 악순환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또한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국민들 역시 과거 ‘부모공경’을 최고 덕목으로 삼던 동방예의지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공감하고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선진국이며, 대한민국의 가정이 건강하게 되는 길이라는 사실이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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