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호 관 목사

뉴욕에 가면 케네디 공항이나 라과디아(La Guardia) 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국제항공편은 케네데 공항을 이용하고 주로 국내선이 이용하는 공항이 라과디아 공항이다. <라 과디아>는 사람이름이다. 이 사람은 본시 1933∼1945년까지 12년 동안에 3선 뉴욕시장을 지낸 걸출한 정치가였다. 이 뉴욕시장에게는 작은 꽃(Little flower)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작지만 활짝 피어나서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해주는 야생화처럼 그의 삶이 그러했기 때문에 붙여준 애칭이고 별명이었다. 라과디아는 시장이 되기 훨씬 전에 그곳 뉴욕에서 판사로 일하면서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판사로 제직할 당시 아주 인상적인 판결을 하여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게 된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는 라과디아 판사가 법정에 앉아 있는데 어떤 경찰관이 한 노인을 끌고 들어 와서는 라과디아 판사 앞에 세우는 것이었다.

죄목은 절도죄였다. 상점에서 빵 한 덩어리를 훔쳤다는 것이다. 판사는 노인에게 묻기를 "전에도 훔친 적이 있습니까?" 대답은 "아닙니다. 처음 훔쳤습니다." 라과디아 판사는 다시 엄히 물었다. "왜 훔쳤습니까?" "예, 배는 고픈데 수중에 돈은 다 떨어지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빵 한 덩어리를 훔쳤습니다." 라과디아 판사는 노인의 진술을 다 듣고 난 뒤에 판결을 내리기를 "노인이여, 아무리 사정이 딱하다 할지라도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래서 저는 법대로 당신을 판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그리고 난 뒤에 판사는 계속해서 법정 안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서 말하기를 "이 노인이 빵 한 덩어리를 훔친 것은 비단 이 노인의 책임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도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러분에게도 각각 50센트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얼른 자기의 지갑에서 1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어 모자 속에 넣고는 그 모자를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돌리게 했다. 그렇게 해서 거두어진 돈이 모두 57달러 50센트였다. 라과디아 판사는 그 돈 모두를 절도범으로 붙잡혀 온 노인에게 주도록 했다. 노인은 그 돈을 받아서 그 가운데 10달러를 벌금으로 냈고 남은 47달러 50센트를 손에 쥐고서 감격스러운 눈물을 머금고 법정을 떠났다는 유명한 얘기가 있어서 회자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런 판사를 기리기 위해서 공항 이름을 <라과디아>라고 명명했다니 그의 명성이 어떠했던지 가히 짐작이 간다.

우리나라 법정에서 라과디아 판사를 만날 수는 없을까? 여의도 돔에서 명성을 떨치는 의원나리들이 이번에 또 큰일을 쳤다. 입법로비의 대상이 되어 검은 돈을 받은 사실이 검찰의 안테나에 걸렸고 국회 일정을 십분 고려하여 영장실질검사를 신청하였고 자진 출두를 거부하고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국회가 개원하고 그 틈을 타서 돔 안으로 살짝 숨어들기만 하면 국회가 도피성이 되어 안전할 수 있다는 아주 약아빠진 꾀를 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기가 막힌 판결로서 식자들이 울분을 터뜨리게 했다. 동일한 죄를 두고 어떤 사람의 영장은 기각하고 어떤 사람의 영장은 발부하고 기분에 따라서 법률의 잣대도 달라지는 것인지 아니면 경찰이 조서를 잘못쓰기라도 한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으니 어쩌란 말인가? 윤일병 사건으로 우리 국방부에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기지사 남경필의 아드님께서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해서 온 장안을 떠들썩하게 달구었다. 지사가 아들을 잘못 키운 사실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가졌고, 현역군인인 그의 아들은 헌병대의 수사를 받았고 영장이 청구되어 구속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영장은 기각되었고 그래서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네티즌들 사이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며 실망하는 사람이 적잖다. 과연 우리 재판부의 판사들 중에는 라과디아 판사 같은 그런 진짜 판사! 작은 꽃 같은 판사가 한 사람 정도는 있을 테지 하고 기대한다면 그 사람이 어리석은 것일까? 아니면 우리 법관들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일까?

예장개혁 증경총회장·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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