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의 리더십 수명 다해…목회자 교권, 교회 특권 내려놓아야

▲ 한국기독교인터넷신문협회가 주최한 포럼에서 한국교회가 급속하게 무속화되면서 복음의 본질에서 멀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말 좀 합시다-첫 번째 왁자지껄 수다’ 포럼 광경.

한국교회 위기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수명이 다한 성장주의 리더십의 현실을 짚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해 보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한국기독교인터넷신문협회(회장 유달상 장로)가 주최한 ‘말 좀 합시다-첫 번째 왁자지껄 수다’ 포럼이 바로 그 것.

교계 기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포럼은 임성택 목사(전 그리스도대학교 총장), 전용호 목사(아가페감리교회, 전 기감 서부연회 총무), 오수강 목사(필운동그리스도의교회), 홍순현 기자(기독교뉴스 편집장) 등이 참석, 말 그대로 한국교회의 현실과 대안에 대한 ‘왁자지껄’한 수다의 현장이 됐다.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한국교회가 급속하게 무속화되면서 대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했으며, 복음의 본질에서 멀어졌다고 질타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교회가 멀지 않은 미래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 발언이 터져 나왔고, “한국교회가 하나님과 단절된 죽은 단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주최측이 포럼 취지에서 밝혔듯이 한국교회의 위기는 이제 ‘레토릭’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 위기의 요인들은 너무 깊이, 그리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제 일반 국민들이 기독교(개신교)를 더 이상 희망의 종교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최측은 “우리는 8월 14-18일 방한했던 로마 가톨릭의 수장 프란치스코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드롬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그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 청빈과 겸손 등 종교적 본질에 대한 신뢰였음을 알아야 한다. 반면 한국 개신교가 이 시기 보여준 모습은 얼마나 낯부끄러운지 표현하기 민망할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주최측은 침몰해 가는 세월호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그들을 용인한 것처럼, 망해가는 한국교회를 그냥 씁쓸히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지 되물었다. 또한 소수종교로 전락해 가는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한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님을 일깨웠다.

포럼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 뼈를 깎는 심정으로 우리의 현실을 솔직히 드러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앞길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성장주의와 물질주의의 문제를 파헤치면서 새 모델을 공유하고, 세속의 욕망에서 기독교의 본질을 찾는 고민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기독교인터넷신문협회 회장 유달상 장로(기독교한국신문 편집국장)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한국교회가 우는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다. 이들이 왜 교황에게 손을 내밀었는지 생각해 보라. 한국교회가 양적성장에 급급한 나머지 이들의 눈물을 닦아 줄 겨를이 없었다. 반면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대변인으로서 역할에만 충실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하지 못했고, 기독교는 부자들의 종교로 변질됐다. 이는 자연스럽게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수명 다한 성장주의 리더십, 변화 없이 희망 없다”

기독교의 무교화 심각, 복음의 본질에서 멀어진 ‘싸구려 복음’ 전락
성서로 돌아가는 것만이 치유책…예수님이 지신 ‘십자가 길’ 따라야

△한국 개신교의 위기 진단

한국기독교인터넷신문협회가 주최한 ‘말 좀 합시다-첫 번째 왁자지껄 수다’ 포럼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수명 다한 성장주의 리더십 그 현실은? 그리고 희망은?’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포럼은 문병원 장로(한국기독교인터넷신문협회 총무)의 사회, 김성태 목사(기하성 총회신문)의 기도, 유달상 장로(한국기독교인터넷신문협회 회장, 기독교한국신문 편집국장)의 인사, 임성택 목사(전 그리스도신학대학교 총장, 미래세대청년연합 대표)의 ‘한국대형교회 리더십 부재와 그 극복을 위한 대안-민족정서의 리더십을 상실한 대형교회’라는 주발제 등으로 진행됐다.

주발제 후에는 전용호 목사(아가페감리교회, 전 기감 서부연회 총무)의 ‘우리를 심난하게 하는 것들-돈과 권력에 대한 무한한 욕망’, 오수강 목사(필운동그리스도의교회)의 ‘제발 좀 정신 차리자-안티기독교가 교회 밖에만 있는가’, 홍순현 기자(기독교뉴스 편집국장)의 ‘민낯 드러낸 한국교회 리더십, 변화 없인 희망 없다’ 등 패널발제, 질의 및 응답이 이어졌다.

△기독교의 무교화…망하는 지름길

임성택 목사는 “우리 민족의 문화를 말하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무속을 지칭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중요하다”며 “결국 무속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바르게 파악해 이 무속에서 민족정서와 무교를 분리시켜 무교의 자리에 기독교를 대치하고 무교를 탁월하게 제압, 한국 민중을 선도할 때 비로소 진정한 기독교의 리더십이 확보된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총장은 “지금까지 우리의 토착화 논의의 실패는 우리의 무속문화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무교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속 자체를 전통적인 한국 문화와 정서라고 규정하고 이해해 그 접목을 시도한 결과인즉, 궁극적으로는 기독교와 무교의 결합이었을 뿐”이라며 “이는 한국에 유입된 모든 종교들이 초기의 부흥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을 선도할 리더십을 상실한 채 끝나버린 비극적 종교현상의 결말을 도출했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가 그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한국 개신교인 수가 500만을 넘는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며 위기를 경고했다. 또 신라와 고려시대까지 천수백 년을 이어왔던 불교, 조선시대 수백 년을 이어왔던 유교가 주류종교에서 밀려나기까지 불과 수십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분석하며, 개신교는 이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 동안에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를 ‘무궁화 정서’로 지칭한 뒤, “이것이 일반적인 인간의 종교성인 무교와 결합해 우리 민족의 ‘무속’이라는 고유한 종교정서를 형성했다”며 “이런 무궁화 정서가 시대마다 유입된 외래종교와 결합해 종교적인 힘을 빌려 새로운 생존 양식으로 전이된 것이 바로 시대적인 우리 민족의 종교정서”라고 설명했다.

임 총장은 “우리 전통 문화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무교신앙은, 외래종교를 효과적으로 혁파하고 또 다시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무교로 되돌아오게 했다. 이런 측면에서 무교는 한국적 영지주의”라며 “이 무교는 어떠한 외래종교와 사상도 거절한 적이 없다. 그러나 결국은 그것을 취택 흡입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무서운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므로 한국 기독교의 지도력은 이 무교의 축출을 위한 싸움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 총장은 우리 민족이 무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도 실제로는 무교를 무시하는 이중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무교화된 기독교’나 ‘무당 목사’에게 축복은 받으면서도 실제로는 이를 멸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저속한 무교의 신앙 양태, 즉 ‘이기적인 기복신앙’과의 뼈아픈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폭발적인 부흥에 성령의 역사하심을 부정하지 않지만, 내면에 흐르는 우리 민족의 종교정서를 간과한다면 한국교회의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우리 민족의 종교정서를 지도할 수 있는 원색적 복음으로 돌아올 것을 한국의 대형교회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고 전했다.

△기복신앙 추구하며 변질된 복음, 버려야

전용호 목사는 “이제는 천주교를 개혁했던 마르틴 루터가 아닌, 교황의 음성을 루터의 음성으로 들어야 할 개신교회가 됐다”며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대형교회에 있다. 돈에 물이 들어 대형 예배당을 짓고, 마치 부자가 되는 것을 하나님께 복을 받은 것으로 착각을 한다. 일부 교인들도 대형교회를 다녀야 인맥을 쌓고 사업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복음이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전 목사는 또 “긍정적 사고라는 것이 좋지만 그것만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복음을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면서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중 가장 첫 번째가 바로 회개였다. 기독교인들은 죽을 때까지 예수를 좇는 사람들이고, 그렇게 변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존재들이라는 내용도 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어느 새 성화에 대한 이야기가 자취를 감췄다. 그저 ‘주여, 아멘’하기만 하면 천국에 간다는 잘못된 믿음이 퍼져 있다. 중세 시대 교황이 면죄부를 팔아 대형 건물을 지었다면, 지금 한국교회는 천국행 티켓을 팔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복음을 싸구려로, 은혜를 천박한 것으로 만들어선 결코 안 된다”며 “야고보 사도의 ‘행위 없는 믿음은 죽었다’는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우리를 향한 사랑을 드러내신 것처럼, 우리 역시 이웃들을 향한 우리의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용호 목사는 “오늘날 대형교회의 잘못된 부분을 중소형교회가 그대로 답습하며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1900년대 초기의 기독교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기독교는 행동하는 종교였다. 문맹 퇴치, 의료 선교, 독립운동 등에 적극 나서며, 민족의 소망이자 희망이 됐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개신교는 사회적 성화를 잃어버렸다. 사회성화로 돌아가야 한다. 소외계층을 돌보고 빈부격차에 앞장서야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기독교가 따뜻이 품어 안아야 할 이웃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세월호, 용산. 밀양, 강정마을, 통일 등등.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기독교가 하나님과 단절된 죽은 단체로 남을까 심히 걱정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텅 빈 건물만 남은 종교가 될 것” 경고

오수강 목사는 “사도행전의 초대교회는 역사를 거치며 수없이 그 모습이 바뀌었다. 현대교회는 지금도 교회를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뜯어 고치는 중”이라며 “그 결과 한국교회의 성장은 이미 멈춰선 지 오래다. 중·대형교회들이 지어놓은 건물이 앞으로 비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오 목사는 “대형교회는 욕심을 버리고 낮은 곳으로 내려와, 생명을 사랑하며 섬기는 자의 표상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는 정신을 실천했으면 한다”며 “한국교회가 ‘교회 해체’라는 중병에서 치유될 수 있는 자구책을 속히 강구해야 한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마치 암환자처럼 교회가 지금 중병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안티 기독교’는 다름 아닌 교회가 양산하고 있다. 고난과 역경, 십자가의 희생을 보여주지 않는 기독교의 미래는 결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대형교회로 인한 폐해를 진단하면서, “성경에 계시된 교회가 세상에 존재하는 목적은 영혼(생명) 구원이다. 헌금의 용처는 구제와 전도 선교다. 건물이 성전이 아니라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곧 예수님의 몸 된 교회(성전)가 성전이다. 그런데도 건물을 짓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이는 교회 설립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오수강 목사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성경 말씀을 믿고 왔다면 이제 한국교회 교역자들도 진리와 윤리 도덕의 정점에 서 있어야 하는데도 반대로 세속적 욕망의 정점 자리에 서 있지 않나 하는 염려가 앞선다. 세상 사람들조차도 분수에 맞게 소유하고 나누는데, 한국의 대형교회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전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안티 기독교를 교회가 스스로 양산하고 있는 꼴이며, 치유책은 성서로 돌아가는 길밖에는 없다. 성장이 멈춘 한국 기독교의 회생의 길은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대형교회의 욕망

홍순현 국장은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은 대단히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호칭이지만, 현재를 사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이 호칭을 그렇게 자랑스럽게 내세울 처지가 아닌 듯하다. 가난한 자, 억눌린 자들의 벗이었던 한국교회가 지금에 와서는 ‘부자들, 권력자들을 비호하는 종교’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대중들은 그러한 교회를 ‘개독교’라 칭하며 조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 국장은 “이렇게 가다가는 한국교회에 희망찬 미래는 없을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부정적인 뉴스를 지면에 담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한국교회가 위기에 처했다고, 파국을 맞았다고, 추락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많은 대형교회 목사들이 명예욕과 재물욕에 빠져 있고, 온갖 간교한 방법으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있다”며 “이제는 가난해져야 한다. 교회가 작아져야 한다. 그래서 가난한 자, 억눌린 자, 갇힌 자의 친구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무엇보다 교계 미디어들이 보다 각성해야 할 것이다. 부디 침몰하는 배에서 사람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부류에 속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홍순현 국장은 “대형교회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데 중심에 서 있다. 물질과 교인에 대한 대형교회의 욕심이 한이 없다. 힘 있는 권력자들의 편에 서기 위해 줄을 대는 대형교회의 모습 속에서 무슨 존경심이 일어나겠는가? 권좌의 중심에서 맴돌고, 그들의 편에서 앵무새처럼 나불대는 모습 속에서 무슨 경건성을 찾을 수 있는가? 그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가? 99개의 떡을 가진 자가 한 개의 떡을 가진 자의 것을 빼앗는 그 모습 속에서 무슨 하나님의 ‘공평’을 기대할 수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 한국기독교인터넷신문협회가 주최한 ‘말 좀 합시다-첫 번째 왁자지껄 수다’ 포럼이 끝난 후,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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