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추석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의 유리왕 시대부터 유래되어 음력 8월 15일에 온 가족이 모여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에게 감사드리고, 이웃과 민속놀이를 즐기며 공동체 정신을 이어가는데 있었다.

성경에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너희가 너희의 소산을 먹을 때 너희에게 그것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라”고 하였다. 수장절이나 칠칠절의 의미를 담고 있는 추수감사절의 의미는 한 해 동안 축복해주시고 보살펴주셔서 풍성한 수확을 얻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표하고 감사예물을 드리는데 있다. 풍성한 추수의 계절에 감사와 기쁨을 이웃과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추석이나 추수감사절에 차이가 없다.

그러나 우리 조상이 물려준 감사의 의미는 오히려 더 성경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인이나 미국인들은 추수하여 곡간에 들여놓은 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즐긴 후 하나님께 드렸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처음 거둔 열매, 풋풋하고 신선한 햇곡식과 과일을 감사의 의미로 드렸던 민족이었다. 잠언 3장 9절에는 “네 제물과 네 소산물의 처음 익은 열매로 여호와를 공경하라”라는 말씀처럼, 우리 민족은 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얻은 첫 소산을 하나님께 드리는 예의 바른 민족이었다.

기독교가 한국에 들어올 때, 미국 선교사들은 우리 민족의 고유 명절이 주로 제사와 관련되어 있다며 우상숭배를 배격하는 쪽으로 가르쳤다. 그러다 보니 서양의 절기와 풍습을 지키고 교회력에 의한 절기를 지켜야만 참 신앙인이라고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성경에 제사를 금하고 있지만 명절에 온가족이 모여 하나님의 은혜와 조상과 부모님의 정성에 감사하며 기쁨을 나눈다면 그것을 교리적으로 금하고 배격하는 것보다 훨씬 복음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대인이 애굽에 종살이하던 고통의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유월절을 지키는 것처럼 과거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갖은 수모와 압박의 고통에서 해방된 8월 15일을 광복절로 지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같은 의미로 유대인이 곡물의 수확과 관련해 봄과 가을에 지키는 맥추절이나 초막절, 그리고 서구에서 지키는 추수감사절처럼, 우리민족의 정신이 깃들어져 있는 추석을 명절로 지키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교회가 권장해야 할 일인 것이다. ???

얼마 전 교황이 방한했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가 전 세계 종교지도자요 추앙받는 인물이기 때문이지만 그보다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춰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기독교가 선교 130년동안 이 땅에서 한 일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교회는 일제에 항거하고 민족을 위해 피를 흘렸으며, 작은 자, 힘없는 자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 간구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민족 교회인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 교회가 추수 감사절을 교회의 절기로 지키게 된 것은 1904년부터이다. 처음에는 11월 10일을 추수 감사절로 기념하다가 1914년부터 11월 셋째주 수요일로 변경되었고 그 후에 수요일에서 주일로 바뀌어 11월 셋째 주 일요일을 추수 감사절로 지키게 되었다. 그때는 이미 계절적으로 입동이 지나고 눈이 내리는 소설을 앞둔 시기이다. 처음 익은 열매를 하나님께 드리는 절기와는 한참 동떨어진 미국식 감사절을 언제까지 답습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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