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무성하던 돈로비 의혹 정황 …통합총회서 논란될 듯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교단 재판국의 돈 로비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봉천교회 장로들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총회재판국(이하 통합재판국)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비자금 장부가 공개됐다. 이 장부에는 전달 액수와 더불어 전달된 대상자가 명확히 기재돼 있다는 점에서 핵폭탄급 위력을 지니고 있다.

해당 비자금 장부는 2012년 6월 16일부터 2013년 2월 8일까지의 ‘예비자금 운영에 관한 내역’(이하 예비자금 내역)이라는 액셀파일로, 3억9000만원의 수입과 지출내역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 장부에 따르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전·현직 총회재판국장과 봉천교회 사건담당 분과장, 자문위원 이름과 함께 수백만원씩 인출한 항목이 기록돼 있다.

▲ 소위 ‘예비자금 내역’ 일부 1.
▲ 소위 ‘예비자금 내역’ 일부 2










봉천교회의 예비자금 내역 공개


이는 통합재판국이 봉천교회 정준 목사에 대한 청빙결정을 무효로 한다는 판결 이후 공개됐다.
통합재판국은 지난 1일, 이 교단 서울관악노회가 지난 2012년 10월 결의한 정준 목사의 봉천교회 위임목사 청빙결정 무효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정 목사에 대한 위임목사 청빙무효는 누가 보아도 감정적이고 엉터리 논리로 점철돼 있는 등 무리한 판결이어서 교단 내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비자금 내역’에 따르면 100~300만원 6차례 인출과 함께 당시 재판국장이었던 장모 목사 이름이 내역항목에 적혀 있다. 이와 관련한 항목으로 인출된 금액은 100~300만원씩 총 1100만원이다. 또 2012년 당시 직전 헌법위원장이면서 당시 헌법위원회 전문위원 최모 목사 이름도 2차례 각 100만원씩 200만원을 인출항목 옆 내역항목에 기록돼 있다.

문제는 지금도 총회재판국 책임자로 지내는 인사들에게도 당시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오모 목사는 현재 이 교단 총회재판국장을 지내고 있고 2012년 당시 봉천교회 사건담당 분과장을 지냈다. 봉천교회 ‘예비자금 내역’에 따르면 2012년 1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각 100만원씩 300만원을 인출했다는 기록 옆 내역항목에 오 목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

‘예비자금 내역’에 따르면 4차례 760만원 인출항목 옆에 2012년 당시 총회재판국 서기이고 현 재판국장의 자문위원이라는 명의로 활동하는 전모 목사 이름이 게재돼 있다.

이러한 인출기록이 당시 봉천교회를 둘러싼 총회재판의 주요 판결 및 결정을 전후로 하고 있어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돈로비’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 정준 목사 취임식 당시 봉천교회 현수막.

봉천교회,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봉천교회를 둘러싼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의 재판정황을 파악해야 그 배경과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봉천교회는 1966년 제1대 담임 박영선 목사에 의해서 16명의 교인과 더불어 천막교회로 시작, 올해로 49년째를 맞은 교회. 박 목사는 45년간 시무하다가 2010년말 원로목사로 은퇴했다.

박 목사는 시무 중에 두 번이나 총회 부총회장 선거에 연거푸 나섰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로 인해 교회 안에 잠재돼 있던 갈등이 박 목사 은퇴 퇴직금 10억원 지급문제와 연계된 후임목사 청빙문제를 둘러싸고 당회가 둘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폭발했다. 박 목사 반대측 13명 장로에 대한 권징을 시작으로 기나긴 봉천교회의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로 인해 2011년부터 그 이듬해 말까지 이 교회는 담임목사 없는 혼란의 시기를 지냈다. 은퇴를 한 박영선 목사가 교회에 쉬는 날 없이 ‘출근’하며 실질적인 담임의 역할을 하는 사이 상처를 입은 교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2년 동안 후임목사 청빙은 반대측 교인들의 반대와 청빙후보 목사들의 고사 및 사퇴가 반복되면서 공전을 거듭했다.

그런 와중에 사회법 소송에서 승소한 13명의 장로측은 2012년 11월 3일부터 10일간 교회당을 점거했으나 교회측이 동원한 수십명의 용역에게 내쫓기는 등 막장을 연출했다. 교회측은 철조망과 용역을 동원하여 반대측을 철저히 차단하는 등 교회됨의 모습을 잃어갔다.

이 와중에서 상처입은 교인들은 소리 없이 교회를 떠났다. 수천명에 달했던 교인들이 200-300명의 교인만 남게 된 것. 은퇴 이후에도 담임목사와 같은 급여 및 활동비를 받는 박영선 목사는 이 와중에도 교회로 나왔고, 지금까지 매일 특별한 외부 일이 없으면 오전 9시~오후6시까지 교회에 ‘출근’(?)하고 있다.

수없이 이어지는 교단 법정소송과 사회 법정소송의 소용돌이 속에서 봉천교회는 후임목사 선정이 사태해결의 핵심이라고 보고, 그 절차를 서둘렀다.

결국 2012년 말 명성교회 부목사로 지내던 정준 목사를 당회결의, 공동의회 투표를 거친 후 2013년 4월 노회의 위임청빙 허락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청빙했다. 2012년 11월 3일 5명의 장로피택을 겸한 위임식까지 거행하면서 교회의 아픔은 치유되는 듯했다.

당시 8월 18일 위임식을 가지려고 했으나, 정목사의 위임청빙을 반대하는 13명의 권징받은 장로측의 물리적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후 13명의 장로 등 반대측은 각종 위임청빙 당회결의 무효소송과 위임목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등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대립과 충돌이 계속 이어졌다.

정준 목사 부임 이후 교회는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다. 반대측 장로들이 제기한 교단 재판에서 승소했고, 사회법에 제소된 정 목사의 청빙무효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 결과 반대측 교인들이 더 이상 교회를 나오지 않으면서 소란했던 교회분위기는 잠잠해졌다. 부임한 정 목사는 교회 옥탑방에 기거하며 남은 교인들의 상처를 보듬고, 교회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판결 일부.
 

 

 

 

 

 

 

 

 

 

 

청빙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드러내달라고 소송

하지만 그 평화도 2년을 넘기지 못했다. 모든 분쟁상황이 마무리된 2013년 11월 3일 직후부터 정준 목사에게 시비를 걸더니, 급기야 청빙위원이었던 이OO(예비자금 내역 작성자), 백OO 장로와 정준 목사 손으로 임직한 신임장로 4명이 정 목사를 고소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정준 목사 청빙을 주도한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행위가 잘못됐다는 소를 제기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교회 교인들은 호소문에서 “각종 로비 등을 동원하여 총회재판국의 불법적인 재판결과 청빙 및 위임결의 무효, 장로임직 무효라는 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끌어내게 된 것”이라고 분개했다.

총회재판국의 9월1일 정준 목사 청빙무효 판결은 봉천교회 교인들의 주장처럼 큰 문제를 안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판결문을 뜯어보면 과연 이러한 논리로 중차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사진 판결문 참조>

정 목사는 총 3번의 면담과 3차례의 청빙설교, 청빙서류 제출, 청빙위원회 결의, 당회의 청빙결의, 공동의회 위임투표, 노회 위임청빙 허락, 5인 장로 임직식과 겸한 위임식 등 일련의 절차로 봉천교회 제2대 담임목사로 확정됐다.

한 교회의 위임을 취소하려면 윤리적인 문제 등 소위 7계를 범했다거나 신학사상 논란, 투명하지 못한 재정 등 결정적 사유가 있어야 함에도 통합재판국은 봉천교회 정준 목사의 증빙서류 제출시점에 문제가 있었고, 정 목사 장인의 압력(?)이 있었다는 석연치 않은 논리를 내세워 그의 청빙을 무효화했다.

과연 이러한 논리가 합당할까? 이를 하나하나 나열해 보자.

원고의 당사자 적격 논란에 대해 ‘이유 없다’고 판단한 통합재판국은 청빙 승인의 적법성과 정목사 장인의 강압을 이유로 청빙무효를 판결했다.

통합재판국은 청빙절차와 관련 “청빙 당시 정준 목사는 청빙위원회에서 제시한 대로 청빙서류 일체를 접수하지 않은 점, 청빙위원회가 요구한 제출 방식대로 제출하지 않고 청빙공고 전(2012년 12월 12일)에 이력서만 보내온 점 등은 입학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합격한 격이 되므로 사회정의 개념에 반하고 청빙절차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된다”고 밝혔다.

이해할 수 없는 재판국의 청빙무효 논리

또 “정준 목사는 청빙서류를 제출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는 2013년 1월 8일자 기본증명서 및 혼인관계 증명서를 제출한 것으로 재판국을 기망하기 위한 허위문서로서 공고 기간 후에 발급된 서유를 제출하였다”고 밝혔다.

‘장인의 강압에 의해 청빙되었다는 주장’ 항목에서 통합재판국은 “총회재판국 국원(이었던) 김병찬 목사가 차기 재판국장이 될 것을 암시하면서 사위를 청탁한 것으로서 사법질서 및 청빙질서를 파괴한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며 자신의 사위인 정준 목사의 이력서를 봉천교회 당회원 백OO장로에게 이메일로 보내 봉천교회 담임목사로 천거했다”며, “김병찬 목사는 재판국장 선출에 출마하였으나 낙선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천교회 모든 재판을 회피하지 않았고 박OO 장로측은 모두 패소하였다”고 언급했다. 다른 사람이 봉천교회 청빙에 응했지만 떨어졌다는 시시콜콜한 문제도 담고 있는 것이다.

조정과 관련 통합재판국은 “교회회복과 안정을 위해서 1차 조정을 시도하였으나 정준 목사의 일방적인 거부로 무산되었고 다시 최종 재판국 주도로 정준 목사의 유학 자금으로 교회와 합의하여 유학기간 5년에 5억원을 제시하였으나 정준 목사의 거부로 무산되었다”는 ‘희한한 내용’도 담겼다.

더 나아가 통합재판국은 정 목사 및 그를 지지하는 장로들이 총회에 진정을 낸 것을 언급하면서 판결,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정준 목사와 일부 추종하는 장로들은 재판의 본질을 흐리게 하여 자신이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서 불온문서를 만들어 마치 재판국원 및 전 국원들이 비리가 있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총회 임원회에 진정을 하였으나 봉천교회 재정부장 및 원고들이 총회임원회에 대질 및 조사를 의뢰하였으나 정준 목사 측 일부 장로들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괴문서 일체를 회수하였다”는 것이다.

통합재판국이 재판과정에서 회수한 문서까지 언급하며 논리를 정당화해야 할 절박성이 느껴지는 대목. 진정서에 일부 재판국원, 즉 자신들의 이름이 부적절한 내용으로 오르내린다면 기피신청을 하는 것이 상식적임에도, 오히려 대응논리를 앞세우는 등 감정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냈다.

▲ 정준 목사가 청빙절차 당시 합법적으로 교회에 제출한 서류들.

당사자 적격, 증빙, 논리상 무리한 판결로 점철

판결은 정당할까? 우선 적격의 문제. 소를 제기한 원고측 6명의 장로중 4명은 정준 목사 위임과 함께 임직한 신임장로들이다. 위임청빙 결의를 구하려면 그 결의 당시 최소한 당회원이거나 노회원이어야 함에도 통합재판국은 이들의 적격을 인정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사건은 노회장을 피고로 하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통합재판국은 노회의 절차 하자나 노회 결의의 위법성이 아니라 청빙위원회 행정절차 하자를 다루는 것이라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그렇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개교회의 청빙위원회 절차문제를 다루려면 법리상 총회재판국이 아닌, 당회재판국이나 노회재판국에서 먼저 다루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회와 노회의 행정절차 하자를 다루는 것이 총회재판국이다.

통합재판국은 병합했기에 다룰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각하사유의 문제를 병합할 수 없는 문제. 결국 총회재판국은 당회와 노회의 절차를 거치라는 행정적 지도를 하는 것이 정당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준 목사측은 호소문에서 “총회재판국은 정준 목사가 청빙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원고측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으나 정준 목사의 청빙서류 일체는 제대로 제출했고, 당시 제출한 서류들을 통해 모두 제시했으나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 목사는 2012년 12월 14일 금요기도회 설교 방문시 제출하고 12월 17일 이메일로 재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회에 제출된 이력서는 12월12일 작성됐고, 동남노회 발급 목사안수증명서는 12월 6일로 적혀 있다. 교회에 제출된 장신대 신학대학원 및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증명서 역시 12월 6일 발급한 것으로 되어 있다. 12월6일자 발급한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도 제출됐다.

즉 모든 서류가 전달된 것. 2012년 12월 17일 청빙위원회 서기 이상용 장로에게 이메일로 보낸 내역이 그대로 보관돼 있어 이를 증빙한다.<사진 참조>

▲ 정준 목사가 이상용 장로에게 보낸 이메일 내역.


통합재판국은 “정준 목사는 청빙의 지원자 신분이면서 청빙위원에게 청빙조건을 자기에게 맞추어 임의로 변경하라고 지시”하고 “정준 목사가 지시한 청빙날짜는 2012년 12월 15일~17일 오후 5시까지 제출한 자로 광고한 것은 아무로 지원할 수 없도록 한 것”이라는 원고측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이에 대해 정준 목사측은 “청빙위원들끼리 추천 공모식으로 정준 목사를 (사전에) 청빙하고 청빙조건과 절차를 갖추어가는 과정에서 이미 12월8일자 평신도신문에 어이없는 실수를 한 청빙공고를 냈다가 지적당하자, 청빙공고문 실수를 줄이기 위해 상의하는 과정에서 청빙공고문을 다듬어 준 것”이라며 “하지만 청빙자격조건 등은 청빙위원회에서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추천공모된 일개 목사가 청빙위원회에 강압을 행사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무도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예장통합 기관지는 일요일이나 월요일이 아닌 수요일이면 배포된다. 신문에 나온 정보를 입수한 시점부터 지원이 시작되기에 이러한 통합재판국의 논리는 억지에 불과하다.

실제 이를 본 청빙지원자들은 그해 12월 12일부터 이메일로 접수하기 시작해 17일까지 24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국은 또 정준 목사의 장인 김병찬 목사가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증빙할 수 없는 무리한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것.

일반적으로 청빙 후보자를 찾는 교회는 어떤 경로로든 추천 공모를 통해 후보자를 발굴하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소개받을 수 있다.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사위를 소개한 사람이 당시 재판국원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판단은 누가 보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다.

 

▲ 봉천교회가 교회적금 통장을 해약한 이후 새로운 통장에 입금한 증빙자료.

연관돼 있는 봉천교회 재판과 지출내역 시점

왜 청빙을 주도한 이들이 부임한지 2년도 안된 정준 목사를 내칠까? 이는 박영선 원로목사와 그의 지근거리에 있었던 일부 장로들의 투명하지 못한 재정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정준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압도적으로 늘면서 빚어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원로목사와 그의 핵심 지지인사들이 ‘바지사장’으로 정 목사를 내세웠지만, 그에게 교인들의 지지가 쏠리면서 내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올 3월과 4월 제직회에서 일부 교인들이 재정장로에게 교회의 재정문제를 제기한 시점과 맥을 같이한다.

그런 점에서 정 목사의 청빙무효 판결과 소위 ‘예비자금 내역’은 동전의 앞뒤처럼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내역은 교회 재정부장 이OO 장로의 고장난 USB를 이성광 장로와 이상용 장로에게 수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용산전자상가 수리업체에 맡겼던 두 사람은 이후 복원된 파일을 보는 순간 아연실색했다. 엄청난 내용이 담긴 비자금 장부를 목격하게 된 것이다.

예비자금 내역은 2012년 5월 23일 3억원의 교회적금 통장을 해지한 이후 새롭게 개설한 별도통장에 입금한 후, 그해 6월 16일부터 이중장부 기록을 시작해 2013년 2월8일까지 수입 및 지출항목을 기록한 내용이다.

엑셀파일은 기록한 날짜와 수정한 날짜가 그대로 명기돼 이를 입수한 이성광 장로 및 이상용 장로 등 제3자가 수정했다면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이 내역은 수정사항 없이 재정장로 이OO 장로가 기록한 대로 나타나 있다.

특히 재판국원 등에게 지급했다는 일자는 13인의 장로들이 제기한 재판의 판결이나 헌법해석 등의 일자와 일치하고 있어 재판과 관련한 ‘돈로비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통합재판국은 2012년 4월 12일 13인 장로의 권징 확정판결을 내릴 때까지 수차례에 걸쳐 재판과정을 갖는다. 통합재판국은 2012년 4월 12일 13명에 대한 권징을 확정했지만 그해 7월10일 사회법정이 총회판결 효력정지를 판결, 패소한다. 이에 원고들이 요청한 이해할 수 없는 재심을 받아들여 교단총회 직전인 9월 10일 피고소인의 권징을 재확인하는 재심판결을 내렸다.

예비자금 내역에 따르면 그 때 이후로 재판국 관계자들에게 지급했다는 기록이 집중돼 있다. 내역에는 재심개시 및 재판판결이 진행되는 시점을 전후한 40일간 6차례에 걸쳐 총 1100만원지출내역이 당시 총회재판국장 장OO 목사의 이름과 함께 적혀 있다.

당시 재판국 서기이고 현 재판국장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전OO 목사의 이름이 게재된 시점도 이때이다. 내역에는 재심판결을 앞둔 8월29일 500만원, 9월7일 200만원이 ‘원로목사(재판국 전OO)' 옆에 적혀 있다.

당시 봉천교회 사건 담당 분과장이고, 현 재판국장 오OO 목사의 이름도 적혀 있다. 내역에는 2012년 12월 4일, 2013년 1월 11일, 1월 26일 각 100만원 인출과 함께 오OO 이름이 내역항목에 게재됐다. 2013년 2월7일 13인에 대한 총회재판국의 가중처벌이 이루어졌고, 오OO 목사는 사건담당 분과장을 맡고 있었다.

▲ 예비자금 내역 최초 입력 시점과 최후 입력시간을 기록한 해당 엑셀파일의 ‘속성’.
거명 당사자들 “우리와 상관없는 일”

이에 대해 오OO 목사에게 반론을 위한 통화를 시도하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응답이 없었다.

전OO 목사는 통화에서 “돈 한 푼도 받은 적 없다”며, “봉천교회 자체 문서가 어떻게 기록돼 있든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문서를 작성한 봉천교회 이OO 장로는 “USB를 갖고 간 장로들이 문서를 조작한 것”이라며 “원장이 있다. 재판과 관련해 로비한 사실이 없다. 그 내역은 모두 허위로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엑셀파일 입력시간은 물론 수정한 시간까지 그대로 나타나는데 조작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이OO 장로는 “용산 IT업체 전문가에게 문의해 본 결과 얼마든지 조작가능하다는 자문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문의업체는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봉천교회 원로 박영선 목사는 “나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며 “나는 13인 장로 재판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정준목사의 청빙결의나 무효재판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나와 정준 목사의 사이가 나쁠리 있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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