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 평생 유일한 옷장입니다.
추운 날 두터운 옷 장갑 둘러 주었고
무더운 날 시원해지라 모시옷 입혀주었던
진실한 나의 옷장

당신은 내가 울 땐 뒤에서 말없이 울어준
내가 웃을 땐 앞에서 신나게 웃어주고
날씨 좋은 날 손잡고 산책해준 당신
당신은 내가 살아 있는 존재의 이유

당신은 여전히 나의 옷장입니다

▲ 정 재 영 장로
저자가 부인에게 보낸 서신이다. 방송에서 나온 글을 인터넷으로 찾아 옮긴다. 다만 ‘그대’라는 말과 ‘여보’라는 한두 군데 말을 ‘당신’에게로 통일시켜 보았다. 왜냐면 ‘당신’이란 말로 바꾸었을 때 포괄적인 의미를 담아낼 수 있어서다. 저자에게도 양해를 구한다.

시란 아무리 행갈이를 하여 시와 비슷한 형식을 만들어 냈다고 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시란 변용이 되어 있어야 한다. 변용이란 쉽게 말하면 얼굴을 바꾼다는 말이다. 즉 불가시적인 관념인 사상이나 정서를 가시적인 사물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이것을 비유(metaphor)라고도 한다. 이것이 시의 기본적인 요소다.
이 작품은 부인을 옷장으로 변용내지 비유한 것이다. 이것을 묘사라고 하며, 이미지(형상)화 라고도 한다. 즉 시는 언어로 그려낸 그림이라는 뜻이다.

옷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부분을 진술이라고 한다. 시에서는 묘사와 진술 부분이 적당히 혼재 있어야 한다.

내용은 간단하다. 추운 날과 더운 날, 옷장 안에 두었던 두터운 옷과 장갑을 내준, 즉 도움을 주었던 고마움을 말하고 있다. 다음 연에서는 울 때나 웃을 때, 희로애락을 나누는 반려자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그런 반려자가 화자의 존재이유라는 것이다.

그러나 옷장은 여러 가지 의미를 생산한다. 왜냐면 변용은 이미지의 구체성을 위한 일이고, 비유라고 말함은 상상의 애매성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시란 구체적이지만 담겨진 의미는 포괄적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 나오는 당신을 신적인 존재로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런 구체적인 이미지 안에 다양한 의미를 담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다. 곧 ‘당신’이란 말은 아내를 지칭할 수 있지만, 하나님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이야 말로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복의 근원이며, 반려자처럼 인생의 길을 동행하여 주는 분이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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