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창32:22~31
 

▲ 오영출 목사
2013년이 밝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새해를 맞이하여 각오를 새롭게 다지며, 소원을 비는 나름대로 의식을 치른다. 해맞이가 그러한 것이다. 남산의 해맞이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정동진에는 또한 얼마나 많이 몰렸을까? 알고 보면 새해의 해도 어제의 해와 다를 바가 없는데 우리는 서력(西曆)을 근거로 하여 1월 1일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를 치른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새해를 맞이해야 할까? 야곱은 형 에서의 눈을 피하여 하란으로 도망가 이십여 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하란에서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하란을 떠났다. 고향이 가까이 올수록 아버지를 속이고 형 에서의 축복을 가로챈 것이 마음에 걸렸다.
형의 마음을 녹일 요량으로 앞서 예물을 보내었으나 형 에서가 사백 인의 군사를 동행하고 온다는 소식에 낙심되었다. 야곱의 마음에 온통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것을 해결할 요량으로 함께 한 종과 양과 소와 약대를 두 떼로 나누어 요단을 건너게 했다. 그렇지만 마음속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쉬 사라지지 않았다. 야곱은 요단 강의 지류 얍복 나루을 건너기 전에 이 먹구름을 해결해야만 했다. 홀로 남은 야곱은 하나님의 사자와 씨름을 벌이게 되었다.

하나님의 사자가 날이 새려 하니 나로 가게 하라 하였으나 나를 축복하지 아니하면 놓지 않겠다고 매달리는 집요함을 보였다. 하나님의 사자가 야곱의 환도 뼈를 치자 그래도 그를 놓지 않았고 마침내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래! 새롭게 인생을 살도록 나에게 새 이름을 주셨지'라고 생각하자 야곱의 마음에는 하나님이 주신 말씀으로 인한 역동성이 가득 찼다.

형 에서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말씀의 역동성이 충만하자 야곱의 마음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밀려 나가기 시작했다. 브니엘 언덕을 오르는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야곱이 얍복 나루를 건너기 위해 천사가 환도 뼈를 친 것으로 말미암아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브니엘 언덕을 오르면서 맞이한 해는 외형적으로 어제의 해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내면적으로 모든 것이 달랐졌기에 31 절은 해가 돋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야곱에게 진정한 해맞이를 한 곳은 브니엘 언덕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나오던 그 달을 하나님께서 해의 첫 달로 삼으라고 명령하셨다(출12:2). 종의 신분에서 자유인의 신분으로 전환된 그 달이 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진정한 새해였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브니엘 언덕을 오르면서 야곱이 맞이한 해는 그의 일생에서 새로운 출발점을 가져다주는 진정한 새해였다.

야곱이 브니엘 언덕을 오를 때 가진 내면의 역동성을 우리 또한 가질 때 진정한 새해를 맞이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내면의 역동성을 어디에서 얻을까? 오늘 날 우리 모두가 새 이름을 얻어야 할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향하는 제자에게 나타나셔서 그들에게 말씀을 풀어 주셨을 때 그들의 마음이 뜨거워졌음을 알 수 있다(눅24:33).

제자들의 마음에 말씀이 존재했어도 풀어지지 아니할 때 그들의 마음은 뜨겁지 아니했다. 우리 안에 내면의 역동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진리의 말씀을 붙잡아야 한다. 진리의 말씀을 붙잡기 위하여 성경을 읽어야 한다. 야곱이 두 떼를 나누어 대응한 계책이 소용없었던 것을 기억하고 여기저기 찔려 보는 식으로 성경을 읽지 말고 정독을 하자.

그리고 성령으로 진리의 말씀이 깨달아지며 풀어지도록 야곱이 씨름한 것처럼 기도의 씨름을 하자. 땅의 것을 얻기 위하여 간구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의 말씀을 통하여 내면의 역동적 에너지를 얻도록, 나의 내면을 바로 잡기 위하여 기도하자. 말씀과 씨름할 때 제자에게 뜨거움이 임한 것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뜨거움이 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면 내면에 생긴 뜨거운 에너지를 어디로 향하게 할 것인가? 말씀이 풀어질 때 발생하는 내면의 역동적 에너지는 결코 묵은 포도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 발효가 한창 진행 중인 새 포도주의 특성에서나 볼 수 있는 역동적 에너지다. 역동적 에너지를 지닌 새 포도주를 위하여 새 부대가 필요했다(막2:22).

따라서 말씀에 반응하려는 역동적 에너지로 자신의 유익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주님의 품에 안기도록 나아가야 한다. 주님의 품에 안김으로 인생을 새롭게 출발하자. 주님의 품에 안김으로 주님의 이끄심을 받을 때 브니엘 언덕을 올라간 야곱처럼 진정한 2013년의 해맞이가 될 것이다.


(은혜의생명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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