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는 국제사회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 공직자의 부패는 나라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공해이다. 과거에는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 서류 한 장만 떼려 해도 급행료를 줘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민주주의냐 사회주의냐가 문제가 아니라 부패가 문제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적 차원의 반부패 인프라 구축과 공직사회 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2013년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74개국 중 46위에 머물러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시기인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30여 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7∼8%의 고도 경제성장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고도성장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투명성과 윤리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그 결과 불법과 비리가 발생하더라도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묵인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고, 이러한 경제성장의 그늘에 편법과 비리 관행이 독버섯처럼 자라게 되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 실시된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공개’ 도입으로 우리나라도 국가 창원의 부패방지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금융실명제는 1993년 이전까지는 가명을 사용해도 금융거래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던 관행을 추방하여 모든 금융거래를 금융거래 당사자가 실제 본인의 이름으로 하도록 한 초법적인 제도이다. 온갖 부정부패의 대명사인 ‘검은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기반이 금융실명제를 통해 마련되었다.

공직자 재산공개의 경우도 1981년부터 선출직 및 고위공직자들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하여 차관급 이상의 공무원은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였으나 그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졌다. 그러나 1993년에 등록대상을 차관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하고, 1급 이상은 등록된 재산을 일반에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공직자 재산공개의 투명성을 확보하였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 제정되면 공무원이 비록 자신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는 사람으로부터라도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법은 현행법으로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의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재판 결과 많은 부패사범들이 무죄를 받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추진되고 있다.

부정부패와 가장 거리가 멀어야 할 종교계의 현실은 어떤가. 특히 기독교는 예수님이 보여주신 청빈한 삶을 기본 교리로 삼으면서도 그것을 세상에 보여줘야 할 위치에 있는 목사와 장로들부터 너무나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다. 노회, 총회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아래 벌어지는 일들은 사회에서 보면 부정 부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도들의 ‘헌금’을 ‘검은돈’으로 둔갑시키는 기독교계의 부끄러운 관행은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씨시의 성자 성 프란시스는 가난과 고통을 사랑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난과 고통 자체가 되었다. 주님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주님처럼 주변 지향적 삶을 문자 그대로 살다 갔다. 그는 1226년 10월 3일 4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을 때 주님이 벌거벗은 몸으로 죽으셨던 것처럼 자기도 벌거벗은 몸으로 죽고 싶다고 한 말을 그대로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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