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지난 17일 오후 판교에서 환풍구 추락사고가 발생해 16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인기가수의 공연을 먼발치에서나마 바라본 대가치고는 너무 손실이 크다. 사고 이후 결혼을 앞둔 연인,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을 둔 부모 등 고인들의 사연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안타까움은 더해지고 있다. 더욱이 중상자들이 많아 앞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돼 가슴이 먹먹하다.

말 그대로 안전불감증이 가져온 인재다. 경제적으로 선진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이지만, 각종 사건사고만을 바라보면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에만 이미 몇 차례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팽배해진 마당에 또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어떤 사건사고가 터질 것인지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한번만 더 안전에 신경 썼어도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았을 것인데, ‘설마’란 생각 때문에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할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도 행사 전 안전 점검이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고, 행사 진행 당시에도 안전요원이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재탕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사고가 발생한 후 잠깐만 안전에 대해 신경을 쓸 뿐,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전의식을 내팽개친다. 세월호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수십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해 소중한 생명을 잃어버렸지만, 시간이 흘러 돈벌이에만 급급한 어른들의 이기심에 의해 채 꽃을 피지도 못한 아이들을 차가운 바다 속 깊은 곳에 매장시켜버렸다. 이렇게 생각하면 제2의 성수대교 사고, 대구지하철 사고, 삼풍백화점 사고가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란 인사말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안전사고를 걱정해야할 판국이다. 물론 매사에 조심하는 것은 좋지만,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채 걱정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염려증에 불과하다. 간단한 예로 평상시 운동 한번 안하는 사람이 자신의 건강만을 걱정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1주일에 3번 이상은 운동을 하고,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이 맞는 소리다. 이처럼 안전사고도 평상시 주의를 기울이고,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답이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아들, 딸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부모이자 가장인 소중한 생명을 안타깝게 잃어버리는 일이 두 번 다시는 재현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안전의식을 배가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안전의식을 팽개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나 관계단체의 관리감독이 중요하다. 국민들도 스스로 안전의식을 키워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장소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스스로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부득이하게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시에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생명을 쉽게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이제부터라도 경제대국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안전대국이 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덧붙여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주변의 아픔과 고통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어려움이 있으면 서로 돕고 사는 이웃사랑에서도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르는 참살이가 아닌가 싶다. 끝으로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어버린 고인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한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