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지금이야말로 당신은 침묵을 깨셔야 합니다. 더 이상 침묵하고 계셔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올바른 선이며 사랑의 존재임을 증명하시고, 당신의 존재를 이 지상과 인간들에게 나타내기 위해서라도 뭔가를 말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모노드라마 ‘침묵’의 한 대사 내용)

▲ 모노드라마 '침묵'의 한장면.
극단 단홍이 종교소설의 편견을 무너뜨린 20세기 무학의 거장 엔도 슈사쿠의 ‘침묵’(유승희 연출, 이태희 기획)을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모노드라마로 각색, 번안해 오는 14~15일 한남대 서의필홀에서 무대에 올린다.

원작인 엔도슈사쿠 <침묵>은 17세기 일본에서 선교하던 예수회 사제들(포루투칼 선교사)의 고뇌를 그린 작품으로 30년 동안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종교계의 베스트셀러로 그리스도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 작품이다.

연극 속 주인공 로드리고는 그리스도인에 대한 박해가 극으로 치닫던 17세기에 먼저 와 있던 스승의 배교 소식을 듣고, 이에 대한 진상 파악과 선교를 위해 조선에 도착한다. 그는 처음에는 사명감으로 충만했지만 너무나 열악한 환경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관군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럼에도 로드리고는 관군들의 계속되는 회유에도 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과 함께 잡혀온 신도들의 순교를 지켜보며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자신의 믿음에 대한 확신과 배신자 배교만에게 느끼는 감정으로 인해 자신감을 잃어가던 때, 자신이 그토록 존경하던 스승인 페레이라를 만난다. 이미 배교 후 추우안으로 개명하고 결혼생활까지 하고 있던 페레이라는, 로드리고에게 조선에서의 선교는 불가능한 것이었다며 배교하도록 설득했다.

오히려 로드리고는 페레이라를 경멸하고 자신의 믿음은 그와 다르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신도들이 하루에 세 명씩 똥구덩이에 거꾸로 매달려 죽는 것을 보다 못한 로드리고는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하소연 하다 결국 고문당하는 신도들을 살리기 위해 배교를 하고 만다.

그러나 그는 결국 “주님은 침묵한 것이 아니라 마침내 침묵을 깨셨고, 바로 지금 나의 고통을 나누고 계셨다. 우리 인생은 고통의 자리에서도 그분과 함께 있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모노드라마 ‘침묵’의 연출을 맡은 유승희씨는 “이번 공연은 고통의 순간 하나님은 침묵하고 계셨던 게 아니라 우리와 함께 고통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지셨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제작되었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신앙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어 예수님은 실패한 신앙인들마저도 포옹 하신다는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모노드라마 ‘침묵’은 오랫동안 신학적 주제가 되어 온 ‘하나님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신가?’라는 문제를 17세기 조선의 기독교 박해 상황을 토대로 진지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려 원작을 뛰어넘는 큰 감동을 선사한다. 또 '희생과 사랑'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진정성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한편 단홍은 1987년 창단하여 ‘어두운 그늘에 등불이 되겠다’ 는 모토로 사회적으로 금기시하는 문제들을 상기시키며, 동성연애와 에이즈에 관한 연극 <천사의 바이러스>, 탈주범의 문제를 다룬 <신의 아들>, 교도소의 비리 문제를 다룬 <뼁끼통>과  학교 폭력과 학생들의 고민과 방황을 다룬 뮤지컬 <스트리트 가이즈> 등을 공연하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되짚어왔다. 

 문의 042) 629-7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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