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희 열 목사
11월은 감사의 계절이다. 1년 중 가장 아름답고, 풍성한 계절, 모두가 감사한 마음뿐이다. 하늘은 높고 푸르다. 내리비치는 햇빛과 함께 오곡백화가 무르익어 농부의 손길은 바쁘기만 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만 든다. 풍성함과 아름다움이 깃든 이때,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나.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이제 들판은 농부들의 손길이 닿아 허허벌판으로 변해가고 있다.

옛날 길쌈 솜씨를 겨루던 활옷 입은 신라 여인네들의 정갈하고 날렵한 손맵시도, 그토록 희고 고운 섬섬옥수의 선이 눈에 보이는듯하다. 무리지어 돌아가며 춤을 추고, 부르던 회소곡(會蘇曲)도 머리에 스쳐간다. 고구려의 동동을 거치고, 조선의 농가월령가가 마음속에 들려온다. 풍성한 계절 11월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풍성한 햇곡식과 과일들을 보면서, 이른비와 늦은비, 그리고 햇빛을 적당하게 공급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다. 유난히도 뜨거운 햇살을 비쳐주신 덕분에 수확의 계절은 더욱더 풍성하다. 맛도 그 어느 때보다도 달다.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은총이 아니었으면, 이러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을 까(?)

11월 감사절로 지키는 한국교회는, 감사절을 한민족 모두의 축제가 되도록 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늘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는 것이다. 태풍이 불고, 비바람이 치고, 홍수가 나도 농부들이 뿌린 씨는 모질게 살아서 열매로 돌아온다. 아름다운 곡식으로 돌아온 열매를 보며, 새삼 풍성함을 느끼며,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피와 땀을 흘려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한 농부들의 손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때로 우리 기독교인들은 농부들의 수고를 잊고 살아간다. 심지어 하나님의 은혜와 은총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다. 한마디로 농부의 수고와 하나님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은 쉬었다 가는 인생길, 하나님께 아니 농부들에게 감사함을 갖는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어릴적 추수를 끝내고 논 가운데 서서 하늘을 쳐다보며 별을 세어 본다. 내일부터 쌀밥을 먹을 수 있겠다는 소망을 빌었던 어린 마음, 또한 멍석을 앞마당에 깔아놓고 아주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던 지난날을 생각해 본다.

어쩌면 아름답고 깨끗한 마음은 하늘을 향하여 우러러보는, 그리고 티 없이 고운 마음의 기도로 소원을 빌던 그 어린 시절이 아니었을까(?) 먹고 살기가 힘든 시절 빌딩이나, 자가용이 없어도, 우리는 그 시절 그렇게 행복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많이 달라졌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미 받은 것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한마디로 교인들은 감사함보다 욕망의 바벨탑을 쌓는 것은 아닌지(?) 목사의 한사람으로서 하나님께 송구한 마음 뿐이다.

이미 있는 것을 감사하는 사람에게 더 부어주시는 하나님이 아니던가! 늦은 가을 11월은 우리민족에게 있어 매우 풍성한 계절이다.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의 결정체인 곡식과 과일을 챙겨 하나님께 드리고, 도시에 나가 있는 자식들에게 과일과 곡식을 택배로 부친다. 이것이 모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일정량의 햇빛과 비를 주셨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을 물질로 보상하기 위하여 감사의 축제 날을 만들어 주요한 절기로 지키고 있는 것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은 자식들은 부모님의 은혜를 감사하며, 축제의 날을 보낸다. 교회도 지역주민들을 교회로 초청하여 감사절을 지킨다. 이것은 풍성한 계절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 이외에도, 1년 동안 지켜주신 것에 대한 감사, 이웃을 교회로 인도한 것에 대한 감사,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신 것에 대한 감사 등등의 감사절이다. 일부 교회에서 추수감사절에 지역주민들을 초청해서 축제의 한마당을 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감사절이 나 한사람이 아닌 민족 모두의 축제의 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장 합동중앙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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