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아우성이다

마지막 향기를 휘날리며
여름의 꿈이 부서지며

그래도
한 때는
뭇시선도 받았지만
이제는
시든 사랑으로 말라가며
누군가의 거름을 꿈꾸려 한다

지금은
말라가는 영혼도 애처로운
이별에
세상의 소음만
소란할 뿐


▲ 정 재 영 장로
시는 어떤 대상을 보고 떠올린 다른 생각 즉 상상하는 것을 빗대서 말하는 것이다. 그 상상을 비유라고 한다. 이 작품의 제목인 제초는 시적 주체에게 무슨 의미로 떠올려진 걸까

제초는 잡풀을 베고 다듬어서 깨끗이 하는 일이다.

첫 연 ‘여기저기’란 말은 풀들이 예초기에 의해 튀어나오는 장면을 말한다. 그 절기는 2연에서 여름이 지난 가을임을 알게 한다. 일단 인생의 가을임을 전제하면서 읽어본다.

두 번째 여름을 꿈의 절기로 보고 있다. 꿈이란 도전하고 싶은 비전이며 야망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부서졌다 함은 지난 세월 동안 이루지 못한 애석함이다. ‘뭇시선’이란 남의 관심을 말한다. 그 꿈은 전혀 몽상적인 것이 아님을 암시한다. ‘시든 사랑으로 말라가며’라는 말은 시든 것과 말라간 것의 동일한 의미를 가진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함은 의미를 강조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지난 시기에 최고 가치들이었던 모든 것을 사랑이라는 단어 속에 함축시켜, 절기에 의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을의 가치는 같은 연의 마지막 행에 나오는 ‘거름’이다. 즉 자기 헌신과 희생을 통한 타자의 유익을 보여준다. 자아에서 타자로 가치관의 변환을 말한다.

마지막 연에서 거름이 되고자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세상의 소음’이 바로 그것을 말한다. 소음이란 조화의 반대어다. 시끄러움이란 사랑이 없는 곳의 특징이다. 화자는 자아를 버림으로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화자는 제초라는 버림과 희생을 통해 소란스런 세상이 조화로운 세상을 이루는 목적, 사랑의 구현을 꿈꾸는 것이다. 여름은 자기에 대한 꿈이었으나 가을은 타인을 위한 꿈을 다시 꾸고 있다.

제초를 하면서 화자는 인생의 가을에 여름의 무성한 잡초를 제거하듯 자신을 정돈하여, 눈을 돌려 타자에게 거름처럼 유익을 주어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과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즉 종교적 깨달음과 성숙을 확인시켜 준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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