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순임 목사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선출됐다. 2013년이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 나약하면 나약할 수 있지만, 강할 때는 누구보다 강한 바로 여성이기에 관심이 큰 것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사회 속에서 여성의 지위는 한없이 낮았다. 남녀평등이란 단어가 사용된 것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온갖 핍박과 고난 속에서 묵묵히 어머니의 역할만 강요당해 왔다. 오히려 여성이 사회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면 혀를 차며, 못마땅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여성들의 능력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오히려 남성이 할 수 없는 섬세한 면에서 여성들은 두각을 나타냈다. 연약하기만 한 여성이 아닌 강한 여전사들이 증가했다. 여자이니까 부족하다는 구시대적 발상은 이제 천대받는 시대가 됐다.
지난해 18대 대선을 통해 보여줬듯이 여성은 더 이상 들러리가 아닌 시대가 됐다. 이제는 여성주도로 한국사회가 화합과 일치로 거듭나는 시대가 됐다. 시대의 부름에 맞춰가는 수준이 아닌, 시대를 앞서가는 현실이 됐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 목회자의 숫자는 늘고 있는데 여성 목회자의 지위나 역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성폭력, 남녀불평등 등 사회적 잣대로 보기에도 부끄러운 상황이다. 따라서 여성 목회자 스스로 자신의 두 발로 설 수 있도록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영성을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또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 목회자에 대한 시각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교회는 교회 내 여성들의 참여와 지위에 대해 아직도 많은 부분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몇몇 교단에서는 여성 목사 안수를 둘러싸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 여성 목사 안수를 허락한 교단일 경우에도 여성 목회자들의 역할은 보조적인 부교역자, 비서 등의 역할에 머물고 있다. 앞서 간다는 교단의 정기총회에서 여성 총대의 비율은 고작 1%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총대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그 수를 헤아리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이처럼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들의 위치는 처참한 상황이다. 더욱이 여성 목회자나 교인들에 대한 인색한 태도로 인해 한국교회 부흥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교회 안에서만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논의와 변화가 미비한 현실은 매우 안타깝고 아이러니한 경우다. 사회를 선도하고 선한 영향을 끼쳐야 할 교회가 오히려 긍정적인 사회의 변화를 탄력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여성의 역할이 갈수록 증대하고 있는 사회적 변화에 반하는 현상이다.
물론 한국교회 전반적인 분위기뿐 아니라, 여성 목회자나 교인들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단순히 여성 목회자가 증가했다는 점은 검증되지 않은 목회자들이 증가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여성 목회자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이유도 이러한 점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 목회자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고, 실력을 키워나가는 태도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한국사회와 교회의 여성들이 어깨를 활짝 펴고 뜻한바를 이루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우리나라 첫 여성대통령이 탄생한 이 순간, 그 첫발을 한국교회 여성들도 함께 누렸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들 스스로 뒤처지지 않고, 남성들보다 앞설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더 이상 들러리가 아니라, 한국교회와 사회를 정화할 수 있는 사명을 감당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예장 열린총회 증경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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