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이하 한기총)가 당초 오는 23일로 예정됐던 애기봉 크리스마스트리 점등계획을 철회했다.

한기총은 18일 앰버서더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평화의 왕이요 화해와 용서의 주님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겸손 그리고 섬김의 마음과 사역을 본받아 애기봉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거나 점등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한기총은 “순수한 의도와 동기에도 불구하고 애기봉 크리스마스트리가 남북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내부로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일으킨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됐다”면서, “일부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 단체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고 점등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의 서한도 점등을 철회한 직접적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명철 위원장이 지난 5일 보낸 전통문에는 “트리 점등이 전쟁의 참화를 일으키고, 남북관계를 더 흉악한 지경으로 이끌어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기총이 남북화합과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주기를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기총의 애기봉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철회 결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 속에서 조그련의 서한이 결정적 영향을 주고, 끊임없이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일부 단체들의 입김이 작용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한기총은 올해 애기봉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을 전면 취소하고, 김포시와 함께 애기봉 평화공원 조성에만 협조할 방침이다.

한편 국방부가 갑작스럽게 애기봉 등탑을 철거하자, 한기총은 유감을 표하는 동시에 애기봉등탑재건립위원회 구성,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 등 애기봉 등탑 재건립을 위한 수순에 적극 나섰었다. 이와 함께 이전 등탑과는 한 달 가량 늦춰진 12월 23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9m정도의 높이로 애기봉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울 예정이었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