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
생각이 쌓이는 그런 밤엔
잠들지 말고
가만히 멈춰선 바람이 되어

떠나고 싶어
괜스레 설레는 그런 밤엔
소리 줄일수록
수선스런 가랑잎이 되자

울고 싶어
가슴이 절절한 그런 밤이면
숨마저 가려 쉬어
하나의 의초로운 별이 되자

사랑하고 싶어
몸살을 앓는 그런 밤엔
갈수록 정답고
더욱 뜨거운 노래가 되자

 

▲ 정 재 영 장로
서정시에서는 시적주체는 대부분 시인 자신이다. 그래서 시에서는 1인칭을 가급적 생략한다. 이 작품은 어떤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다. 시인의 자아의식의 정서적 노출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시의 미학성이란 수사학적인 방법에 이루어진다. 서둘러 말하면 ‘멈춰선 바람’이나, ‘소리 줄일수록 수선스런 가랑잎’이라는 표현이 바로 예술적 창작이며, 미학성의 근원이다.

  첫 행에서 화자는 누가 보고 싶어서 떠나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울고 싶다는 말은 원하는 것일 뿐, 불가능한 현실을 암시한다. 결론적으로 별이 되어 노래하고 싶다는 타협이나 조율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첫 연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바람으로 비유하고 있는데, 바람이란 고정되지 않고 늘 움직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질적인 융합인 ‘멈춰선 바람’이기를 원한다, 역설적 논리다. 단순히 고요하다가 아닌, 바람과 대비하여 정지된 고요다.

 두 번째 연에서 자아의 정서를 가랑잎으로 변용하고 있다. 가랑잎은 건조한 상태다. 속성상 쉽게 바스락거린다. 가랑잎의 수선스런 모습으로 화자의 심리를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3연에서 울고 싶다는 마음이 4연에서 노래가 되는 것 모두가 청각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수선스러운 가랑잎의 울음은 소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초로운’ 형용사의 사전적 의미대로 ‘화목하고 우애가 깊은’ 긍정적인 의미의 별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화자의 구체적인 소망이 드러낸다. 별의 노래다. 타인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전하고 싶은 심성과 의지를 보여준다, 

 제목이 말하는 ‘그런 밤’이란 사무치게 사랑하는 모든 대상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는 별과 같은 존재로 있기를 원하는 화자의 의초로운 정서를 읽을 수 있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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