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어둠을 홀로 지키지 못해
별빛과 나누어 가지고

낮은
밝음을 혼자 차지하지 못해
구름과 나누어 가지고

개나리는
노란 꽃잎을 홀로 피우기가 민망해
꽃샘추위와 어울려 피고

삶은
저절로 즐거울 수가 없어
때때로
괴로움과 더불어 함께 산다

▲ 정 재 영 장로
수사학적으로 볼 때 이 작품은 상반적인 이미지를 가진 이중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첫 연에서 밤의 어둠과 별의 밝음, 2연의 낮의 밝음과 구름이 만드는 그림자의 어둠, 3연에서 봄의 따스함과 꽃샘추위의 차가움, 마지막 연의 즐거움과 괴로움이 바로 그것이다. 앞 세 연은 마지막 연에서 말하고자 하는 논리를 위한 전제를 서전에 배치해두고 있다. 일종의 복선(伏線)이다

밤은 어두울수록 별빛이 찬란하게 빛나고, 낮은 밝은 태양이 비치는 순간에도 구름이 방해를 하여 그림자를 만들고, 개나리가 피기 위해서는 꽃샘추위를 견디어야 하는 자연의 이치를 빌어다가 삶이라는 다양한 모습을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즉 삶이란 밤이나 낮처럼 단순하게 어둠이나 빛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찬란한 봄꽃도 꽃샘추위처럼 고난도 동시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자연이치처럼 삶도 마찬가지란 것이다. 살다보면 즐거움이나 괴로움도 있기 마련인 삶을 앞의 세 번의 비유를 반복적으로 들어 변증과 설득하는 것에서 결론을 창출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물론 이 작품에서는 삶의 즐거움과 괴로움이 구체적인 이미지로의 물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더불어 함께’에 방점을 둔다. 어둠은 별빛을 만드는 기능이 있고, 빛의 태양은 동시에 어둔 그림자를 만든다. 이것이 ‘더불어 함께’ 다. 이 동시성에서 서로가 긍정적인 기능을 보완해주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것을 종교적인 해석에 의탁한다면 선과 악으로 확대해석이 가능하다. 인생이란 선만이 있는 것이 아닌 악의 세계 내어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중적인 존재라는 것을 내포한다. 천사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이 ‘더불어 함께’ 존재하는 인간존재에 대한 담론으로 상상을 확장해도 무리가 아니다. 즉 1, 2연의 논리가 3연에서 계승된다는 전제는 밤, 낮, 봄이 별, 구름, 꽃샘추위에 의해 본질이 변질되지 않는다는 숨겨둔 고백을 통해 신앙도 마찬가지라는 의도를 알게 해준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