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교인 소득세 과세 기술상 방법 및 시기 등 검토 필요
교회, 자율적으로 참여해 국민이 원하는 국민개세주의 부응해야 

정부가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부과를 사실상 유보하면서 한국교회는 과세에 대한 부담을 한시름 놓게 됐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세법시행령 개정안이 백지화가 아닌 유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종교인 과세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지 말란 법이 없다.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 10초를 남겨두고 타이머가 잠시 멈췄을 뿐, 제거되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무턱대고 반대의 목소리만 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종교인 과세 ‘유보’

한국교회는 정부의 세법시행령 개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결과에 주목했다. 기도가 통했나, 한국교회가 우려했던 일은 현실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토록 맘을 졸이며 기다렸던 보람(?)이 있었다.

17일 정부는 “종교인 소득세 과세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협의와 과세 기술상 방법 및 시기 등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여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여운을 남긴 채 세법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종교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높은 관심이 모아졌기에 결과가 오히려 시시했다는 여론까지 형성됐다.

이에 반해 한국교회는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자칫 고액의 세금을 납부할 수 도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발표한 세법시행령 개정안은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정부는 “종교계가 소득세 납부를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종교인의 소득에 과세하기로 한 원칙은 확정됐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원칙적으로 종교인 과세는 정해졌지만, 시간적 여유를 주겠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반대여론에 부딪혀 잠시 보류하지만, 언젠가는 기어코 종교인 과세를 합리화시키겠다는 각오다.

더욱이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재연 의원(통합진보당)이 종교인의 정기적 봉사 대가인 ‘사례비’에 기타소득 아닌 근로소득 과세를 적용하는 ‘종교인 과세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따르면 김재연 의원은 소득세법 제20조(근로소득의 범위) 제1항 제5호를 신설해 ‘봉사’에 따른 ‘사례금’도 근로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또 “종교시설 및 이와 유사한 곳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하는 대가로 받는 봉사료 봉급 급료 보수 임금 상여 수당과 이와 유사한 성질의 사례비이다”로 밝혔다.

또한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는 종교인과세 방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지만, 종교인 소득은 현행법으로 비과세인데 이를 과세로 전환하려다가 포기한 것이 아니다”면서, “현행법으로도 종교인의 소득은 과세대상이며, 실제로 지금도 상당수 종교인은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조항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종교인이 있는 것이다”면서, “동일한 과세요건에 해당하는 자가 세금 납부여부를 임의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과세요건명확주의 및 조세법률주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종교인 과세 선택 아닌 필수

종교인 과세는 과거부터 이어져 왔으나, 지난 2006년 본격화되었다. 물론 당시에는 정부주도보다 안티 기독교의 힘이 컸다. 이들에게는 단지 기독교를 흠집내기 위한 전략으로 종교인 과세를 여론화시켰고,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직 교회를 허물려는 악한 수작에 불과했다.

하지만 안티 기독교의 수작은 먹혀들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에 세금을 내지 않는 한국교회가 좋게 보일 리 만무했다. 더욱이 일부 대형교회가 비리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한국교회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계속됐다. 특히 일부 대형교회가 세금은 내지 않으면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헌금을 걷어서 기업화 되어가는 모습에 치를 떨었다. 결국 교회를 향한 신뢰도가 일부 몇몇 교회 때문에 바닥에 곤두박질 쳤다.

물론 많은 양심적인 교회의 성직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율적으로 소득세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었지만, 한국교회를 향한 삐딱한 시선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한번 돌아선 마음을 되돌리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급기야 종교인 과세 논란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여론까지 생겼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무슨 할 말이 있느냐’는 식으로 한국교회를 매도하고, 과세 논쟁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해 버렸다. 아무리 한국교회가 반대를 외쳐도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됐다.

결국 일각의 주장처럼 종교인 과세가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어 버렸다. 안티 기독교인들 때문에 종교인이 과세를 하게됐다고 땅을 치고 한탄을 쏟아내기 보다 과정을 생각해야 한다. 종교인 과세에 대해 찬반의 주장을 펼치기보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대책마련이 우선시 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는 종교인 과세가 명문화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교회 입장 충분히 고려해야

한국교회는 이번 개정안에서 종교인 과세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좋아만 할 것이 아니라, 시간적 여유가 생긴 점을 활용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종교인 과세가 해묵은 논쟁인 만큼, 한국교회언론회 논평처럼 기독교의 성직자들은 교회의 건덕(建德)과 사회 통합에 동참하는 의미로 납세에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참여해 국민들이 원하는 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에 부응하도록 해야 한다.

종교인이기에 과세는 정당하다는 주장만을 악착스럽게, 고집스럽게 이어갈 수 없다. 마치 훈장이라도 단 마냥 종교인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세금을 면제받으려는 수작은 고쳐야 한다. 아무리 종교시설이라고 해도 세금을 낼 처지가 된다면 정부의 법과 상관없이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 살아가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들의 눈에는 세금을 낼 수 없다고 버티는 한국교회가 어떻게 보이겠는지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종교시설이라는 것을 무기삼아 소외된 이웃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된다.

각 교단에서도 종교인 과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개교회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훗날 세금폭탄을 맞도록 놔두지 말고, 교단에서 앞장서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따를 것은 따르데 교회의 입장을 내세울 때에는 거침없이 입장을 피력해야 한다.

또한 정부로서도 성직자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하며, 자율적 납세를 인정하고, ‘조세정의’와 함께 ‘사회정의’ 차원의 약속을 지켜 나가야 한다. 특히 김재연 의원이 발의한 종교인의 정기적 봉사 대가인 ‘사례비’에 기타소득 아닌 근로소득 과세를 적용하는 ‘종교인 과세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목회자들이 정부의 종교인 과세를 못미더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소득에 의한 세금이라면 고려하겠지만,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로 치부해버리는 태도가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부터 수익을 목적으로 했다면 몰라도, 비영리사업까지 소득으로 치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 실제로 지난해 몇몇 종교시설이 세금폭탄을 맞은 점을 돌아보면, 정부의 세법이 얼마나 주먹구구로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엄연히 비영리사업인데도 세금을 물렸다는 점은 종교에 대한 무지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때문에 정부는 종교시설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아무리 좋은 법을 적용한다고 해도 그 시행절차에 있어서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종교계와 정부 간의 긴밀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한쪽에서는 무조건 반대하고, 다른 쪽에서는 무조건 밀어붙이는 형식은 의미가 없다.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의견조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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