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만 년의 긴 세월
모진 풍상 인고의 아픔
몸을 구르고 또 굴러
쓸모없는 돌인 줄 알았는데

세월의 봄 흘러 보내고
겨울 가까이에서 편안히 미소 짓는
둥글고 직을 돌, 나이를 잊은 채
숨을 쉬고 있다

다듬고 다듬어진
시련의 아픔 고스란히 담겨
더 이상 구르지 않아도
묵묵히 너의 모습 닮아가는 나

이 작품은 화자의 내면의 정서를 돌과 연결을 하여 표현한 것이다. 시는 결국 자기표현을 비유에 의해서 드러내는 것, 즉 마지막 연처럼 <나=돌>이라는 등가성의 제시다.

첫 연의 ‘쓸모없는 돌’의 논리를 역설적으로 2~3연에서 가치관을 부여함으로 반전시키고 있다. 1연에서의 돌의 아픔은 울음의 연상인데, 2연에서는 오히려 ‘편안한 미소’의 이미지를 가진 돌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것도 작은 돌이다.

돌이란 원래 숨을 쉬지 않는다. 돌이 ‘숨을 쉬고 있다’함은 고난을 통한 생명을 가지는 의미의 재인식을 말한다. 무가치성에 생명을 불어넣어 줌으로, 인고라는 연단의 가치를 인지함으로 내면적인 성숙의 희열임을 알 수 있다.

‘세월의 봄’과 ‘겨울’은 화자의 연륜을 말함이다. 단순히 시간적인 세월이 아니다. 따스함과 차가움의 성격은 어떤 경우라도 고난이 가져오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시대를 초월하는 내용을 형상화 하고 있다. 계절로 표현된 시기가 단순히 나이 수도 있지만, 누구나 고통을 견딘 후 긍정적인 결과를 체득하는 모든 시기로 보아야 한다. ‘나이를 잊은 채’라고 하는 것은 오랜 고난의 극복이 오히려 고통을 초월하는 가치가 있음을 암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3연에서 분명해진다. ‘다듬고 다듬어진/ 시련의 아픔’이라함으로 고난을 통해 이루는 인격의 성숙을 재강조하여 말하고자 함이다.

수사(rhetoric) 방법론에서 보면, 정서를 직접 드러내지 않고 돌이라는 객관적인 사물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이것을 비유(metaphor)라고 한다. 즉 어떤 정서적인 내용을 등가성이 있는 이미지로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일이다. 이것이 엘리엇이 말한 ‘객관상관물’의 동원으로, 현대시의 특성 중 아주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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