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40-50대 가장들이 삶의 현장에서 가장 힘들 때, 아버지를 찾는다는 통게 자료가 있다. 그것은 아버지 역시 자신이 걸어온 고난의 길을 그대로 걸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 고난의 현장을 떠나 아무런 가치도 없는 그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사실 70-80대 우리의 아버지들은 서독의 광부로, 베트남전쟁의 노무자로 참여, 6.25한국전쟁과 60-70년대 산업화과정의 중심에서 일하며, 민족 경제, 가정 경제를 일으키는 주역이었다.

정부 또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외국에 나가 공부한 아버지들은 야만인·식인종 취급받으면서도,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도록 공부를 했다. 이들이 우리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세계의 유학생들보다 몇 배의 노력한 결과이다.

광부로 서독에 간 우리의 아버지들은 지하 1500m 막장에서 주먹만 한 돌덩이가 머리 위로 떨어지면서도,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고, 민족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 어려움을 감수했다. 이들은 배가 고파 흙을 파먹은 적도 있었다. 가난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안다.이러한 이야기들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요즘 극장가에서 상영되고 있는 ‘국제시장’의 주인공은 70대 이후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이며, 가족과 민족의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의 언덕을 한발자국 한발자국 오른 분들이다. 때문에 40-50대 가장들이 ‘삶의 현장’에서 가장 힘들 때, 백발이 성성한 아버지를 찾는 것이다.

우리의 아버지 모두는 국제시장에 나오는 주인공만큼이나 힘겨운 삶을 살았다. 그리고 가정을 일으키고, 나라의 경제를 일으키는데 중심에 있었다. 영화 <국제시장>이 40-50대이상의 가장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40-50대 가장들은 <국제시장> 영화를 관람하면서, 눈물방울로 얼굴을 적셨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들의 ‘고난의 역사’를 화면을 통해 다시한번 뒤돌아보는 계기를 가졌다.

70~80대 우리들의 아버지는 이제 지난온 고난의 역사를 말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재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의 경제 풍요 속에서 살아온 현대를 살아가는 자녀, 아니 손자들은 70-80을 넘긴 우리 아버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풍요로운 삶의 시간을 보내는 자신들과 먼 나라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광복 70년을 맞아 중앙일보가 20대 이상 남성 13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0∼80대 아버지 열 명 중 세 명은 한 달에 한 번 혹은 명절·제사 등 특별한 날에만 자녀와 대화를 나눴다고 대답했다. 대화의 주제도 지난 고난의 역사가 아닌 집안대소사(46.9%), 건강(42.5%) 등 가정의 문제에 머물렀다. 이것은 경험과 지혜가 소통되는 공간과 시간 가족공동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세대 간의 갈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70-80대 우리의 아버지들은 백발이 성성한 지금도 ‘국가안보’를 걱정하며, 6.25전쟁과 같은 참화로 가족이 이산의 아픔을 겪어서는 안된다는 작은 소망을 밝힌다. 반면 다른 세대를 살고 있는 아들과 손자들은 아버지의 이러한 소망이 먼나라의 이야기로 그냥 흘려보내기 일쑤다.이로인해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나라와 가정을 지켜온 우리의 아버지들이 걸어온 길을 40-50대 아버지들이 그대로 지고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 역시 70-80대 우리의 아버지가 고립돼 외로운 마지막 삶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40-50대 아버지들도 가정과 사회에서 점차 고립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여기까지 온 우리의 아버지, 산업현장에서 설자리를 잃어버린 40-50대 가장들은 세대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또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우리들의 아버지가 자년들과 소통이 단절된 상태에서, 외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40-50대 가장들 역시 생활현장에서 밀려나 가족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소외감과 박탈감은 현제 우리의 아버지들보다 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굿-패일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 교수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