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신 목사
한국교회가 연합의 정신을 잃고 분열의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올해 부활절연합예배마저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각각의 연합기관이 따로 부활절연합예배를 준비하기로 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교연 소속의 교단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는 기존에 이어져 오던 전통의 틀을 깬 조직을 구성한 후, 오는 4월 5일 오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2015년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리겠다고 밝혔다.

반면 NCCK는 부활절연합예배와 관련, 2005년 합의는 한국교회 안에서 유용하며 유효한 담론임을 재확인하고 부활 새벽에 연합예배를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보수와 진보교회가 해방 이후 연합과 분열을 거듭하다가 1973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합으로 치러져 왔던 부활절예배가 다시 분열될 것으로 보인다.

알다시피 부활절연합예배는 그동안 보수신앙과 진보신앙으로 신앙적 노선을 달리했던 진보와 보수의 교회가 각자의 신앙적 노선을 멈추고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공동으로 주관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배 행사로 자리매김 되어왔다. 한국교회의 연합기구로서 갈등의 골이 아무리 깊어도 부활절만큼은 하나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아름다운 연합의 정신을 통해 부활의 영광과 한국교회의 위상을 드높였던 계기로 삼아왔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연합기구마저도 사랑과 용서와 화해를 강조했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잊고 교권을 앞세운 각자의 정치적 이해타산과 인간적 욕심을 드러내는 분열의 결과를 초래하며 연합의 부활절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큰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특히나 분열의 이유에 있어서도 표면적으로는 신앙적 노선이 다르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알고 보면 교권을 획득하거나 지키기 위한 볼썽사나운 인간적 탐욕과 암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부활절연합예배를 따로 드리는 것은 주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질타하며 부활절예배를 반드시 연합해서 드리기를 촉구한다는 목소리를 내 왔다. 그러나 분열과 다툼의 주체인 연합기구의 인사들은 이러한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귀를 막고 있는 듯하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말 그대로 아무리 신앙적 노선이 달라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연합한 가운데 드려져야 의미를 갖는 예배이다. 상대방을 미워하고 질책하며 자기들끼리만 모여 부활의 영광을 노래한들 그리스도께서는 결코 기뻐하시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는 화해와 용서와 화합을 강조하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도 벗어나는 반복음적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는 유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다. 갈수록 교인수가 줄고 신뢰도는 땅에 떨어져 바닥을 기고 있다. 이런 마당에 연합과 일치를 통해 한국교회의 선교적 과제를 감당해야할 연합기관마저도 부활절연합예배를 따로 드리며 다툼의 모습을 보인다면 한국교회의 부흥은커녕 더 큰 위기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모쪼록 이번 부활절연합예배가 더 이상 사분오열 찢겨진 한국교회의 자화상을 비추는 아픔이 되지 않고 이름에 걸맞게 하나의 연합예배가 되어 그리스도의 영광된 부활의 메시지를 전하며 한국교회가 다시금 부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예장 통합피어선총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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