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종으로 불러주신 하나님

희한한 만남
누나의 간청에 따라 서울에 도착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끝에 예상했던 누나의 간증고 전도가 시작되었다. 나는 누나를 비웃었고 교회와 목사님들을 욕해가면서 내 갈 길은 오직 승려의 길뿐이라고 고집을 피웠다.

그 다음날 아침을 먹고 나서 누나 집 앞에 있는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데 주인이 내 이름을 불렀다. 참! 서울 장안에서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니, 도대체 누가 나를 찾는단 말인가. 나와 보니까, 누나가 급히 사람을 보내서 찾은 줄 알고는 누나 집으로 갔는데 흰 두루마기를 입고 얼굴이 넓고 미남형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속으로 웬 도사님 같기도 하고, 유명인사 같아 보이는데 신통력이 없어 통 알 길이 없었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보니 지난날 승려 생활을 하다가 장로님이 되셔서 간증 집회를 다니시는 김인근 장로님이셨다. 마주 앉아서 지긋지긋한 입씨름이 또 벌어졌다. 불교는 허무한 것이다, 아니다, 장로님은 땡땡이 사판승이라 잘 몰라서 그렇지 절대로 정통불교는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상식, 지식을 총동원해서 우겨댔다. 나하고 서너 시간 동안 입씨름을 하던 장로님이 지쳤는지 타협안을 들고 나왔다.

강선생이 좋은 일 하면서 살려고 절에 간다니까, 그럼 강선생은 서울에서 절에 다니고 나는 교회 다니면서 둘이 같이 힘을 모아서 어려운 사람들 돕고 좋은 일을 하자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나님이 내 마음을 신기하게도 움직이셨다. 내 입에서 순순히 나온 말이, 그래요, 약속하신 대로 장로님은 교회 다니면서 좋은 일하시고, 나는 조계사에 다니면서 좋은 일 할 테니 절대로 교회 가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겁니다하고 다짐을 받았다.

내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마자 장로님은 좋아서 내 손을 잡고 강선생 참 좋은 결단을 하셨다고 추켜세웠고, 나를 절간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 단식하며 옆방에서 몰래 기도하던 누나는 하나님의 응답하심에 얼마나 감격했던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연신 손으로 훔치면서 좋아했다.

시골에 가서 다시 서울로 퇴거를 하고 짐을 꾸려서 오기로 하고 고향집에 돌아왔더니 누나의 전화를 받은 아버지 어머니가 먼저 아시고 좋아하시면서 꿈 이야기를 하셨다. 네가 서울 가기 전날 밤 꿈을 꾸었는데, 집 주위에 개나리가 활짝 피었기에 좋은 소식이 올려나 하고 기다렸다면서 긴 긴 안도의 한숨을 쉬시고 조였던 가슴을 푸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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