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환 목사
그동안 한국교회는 성장제일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굴절된 과거사를 정리하고 다듬을 여유도 없이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러다 보니 한 번도 제대로 지난 과거의 잘못된 역사에 대해 반성할 기회조차 없었다. 또한 과거의 잘못된 역사에 대해 청산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교회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된 역사에 대해 반성하고, 바로잡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과거의 잘못과 오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역사를 바로잡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3.1절을 맞는 우리는 당시 기독교가 3.1운동에 끼친 선한 영향력을 기념하는 동시에 일본제국주의 말기로 갈수록 교회가 앞장서서 친일행각을 벌였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3.1운동의 중심에는 기독교가 있었고, 3.1운동은 비폭력 평화주의, 순교자적 신앙, 애국애족에 기반을 둔 기독교정신의 발현이었다. 물론 3.1운동에는 기독교 외에 천도교와 불교도 참가했고, 참여자 중에는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3.1운동의 준비와 전개에는 기독교정신이 크게 스며들어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또한 가난한 기독교인들이 중심에 서 있었다. 한국교회가 94년 동안 3.1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기념집회 및 예배를 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일본제국주의 말기로 갈수록 교회는 친일에 적극 가담했다. 앞장서서 신사참배를 했으며, 이 땅의 젊은이들을 선동하여 전쟁터로 내몰았고, 기도회를 열어 모금한 헌금으로 생명을 죽이는 전쟁에 군수물자를 적극 지원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부끄러운 역사는 이제껏 제대로 청산된 적이 없다. 해방 이후 정부가 친일파들을 청산하지 못한 것과 부일협력에 앞장섰던 교회의 지도자들이 친일에서 친미로 돌아서서 낯빛을 바꾼 것은 궤를 같이하는 현상이다.

아직도 한국교회는 이러한 잘못을 감추기에만 급급하다. 일본제국주의 치하에서 3.1운동을 주도하는 등 독립운동에 앞장섰다고 자랑을 일삼으면서, 일제 말기로 갈수록 신사참배와 부일협력 등 경쟁적으로 친일행각에 앞장섰던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리고 있다.

장로교 제39회 총회에서 신사참배에 대한 문제를 잠깐 다룬 적이 있지만, 여전히 과거사에 대해 청산되지 않는 문제가 교회 내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일제강점기에 저지른 죄를 방치한 채로 달려왔고,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친일의 역사는 남북의 분열, 교회와 국가 내에서의 동서의 분열, 교단 내에서 분열, 수많은 교단과 교파가 나뉘는 분열의 역사를 초래하게 만들었다. 또한 친일 인사들은 해방 후에도 계속 교계의 요직에 올라앉아 우상 숭배에 대해 합리화하는 교묘한 발언들을 하며 교회와 성도들에게 많은 혼란을 주었다.

회개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독선이나 정죄라는 말로 그냥 넘겨버렸다. 때로는 일제 치하에서 참혹하게 죽어간 순교자들을 싸잡아 광신자로 취급하기도 하였고, 신사참배에 저항하다가 투옥된 목회자와 성도를 교회의 조직을 무너뜨리고 갈려나간 교회 분열의 원인 제공자로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교회가 저지른 행위가 세속 권력에 영합하고, 추종하여 교회의 교회다움을 상실하게 하고, 교회의 사회 공신력을 떨어뜨리게 했으며, 교인들은 물론 다른 일반인들까지 잘못된 길로 내몰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그러한 행위가 기독교의 이름으로 행한, 일제의 침략 전쟁 협력 행위였다는 점에서 하나님 앞에는 물론, 우리 민족과 역사 앞에서도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 눈을 감는 자는 미래를 보지 못한다.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이라는 과거사 정리를 매듭짓지 못하고, 그 연장선에서 오늘까지 이른 한국교회는 무엇이 바른 역사이며 누가 역사의 주체인가에 대한 심각한 혼란을 가져왔다. 이제라도 한국교회 전체의 반성과 회개가 요구된다.

인천갈릴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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