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날은 우리의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물 다시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하 이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날을 길이빛내자”(3.1절 노래)

1919년 3월 1일 조국의 자주적 독립을 외치며 한반도를 태극기로 일렁이게 만들었던 3.1절 독립만세운동이 어느덧 96주년을 맞이했다. 일본의 무자비한 만행에 대항하며, 오직 조국의 자주적 독립을 위해 민족이 하나로 똘똘 뭉쳐 총칼에 맞서 대한독립 만세를 울부짖었던 그날이다. 독립을 위해 맨몸으로 맞서 싸워낸 평화의 시위였고, 애국 충정의 뜨거운 가슴으로 담아뒀던 독립에 대한 염원을 마음껏 퍼트린 역사적 순간이다.

이날을 기념해 한국사회는 물론, 한국교회도 특별 행사를 정해놓고 그날의 뜻을 기리기 위해 분주하다. 저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해 나름 3.1절을 되새기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하지만 3.1절의 의미를 되새기기에는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무엇이 문제일까. 바로 이 나라가 하나되지 못한 채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 민족이 태극기를 높이 들고, 대한민국 독립을 외쳤던 하나된 마음이 요즘 세상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3.1절을 기념하는 행사를 해도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전히 지역감정이 존재하고, 보수와 진보의 이념전쟁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어 또 다른 간격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나이에 따른 세대차이도 심각한 수준이다. 말 그대로 한국사회가 서로 다른 생각으로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제각기 놀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각 교단별로 쪼개짐은 물론이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구조가 해가 바뀔수록 심해지는 경향이다. 여기에 권력에 편승한 일부 지도자들의 불나방 같은 행위와 이를 쫓는 후배 목회자들의 행태는 가관이다. 또한 대형교회와 중소형교회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대사회를 향한 선한 역할을 하는 모습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이 복잡한 상황이다.

이처럼 사회와 교회가 하나되지 못한 채 따로 놀고 있는데 3.1절 독립운동과 같은 일을 어찌 온전히 되새길 수 있단 말인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각 연합기관에서 내놓는 3.1절 메시지에서는 한국교회가 감당해야할 역할들이 즐비 되어 있는데, 막상 실천에 옮기는 것은 얼마나 될까 의문스럽다. 단순히 지난해, 혹은 그 전에 쓰여 졌던 3.1절 메시지를 재탕, 삼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는 3.1절을 단순히 행사로서 여기지 말고, 조국의 자주적 독립을 위해 목숨마저 바쳤던 선열들의 정신을 아로 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분단되어 있는 이 나라의 현실을 직시하고, 먼저 스스로 하나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는 사회에 앞서 회개와 각성을 통해 과거 믿음의 선배들이 보여줬던 독립운동에서의 역할을 본받아 온갖 사탄들의 유혹에서 이 사회를 통일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먼저 하나될 수 있도록 스스로 방법을 모색하고, 더 이상 이념논쟁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올해 3.1절은 행사로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한국교회가 진정 하나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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