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순절은 2월 18일 수요일부터 4월 4일 토요일까지다. 부활절인 4월 5일 전날까지이다. 기독교의 사순절은 성탄절과 마찬가지로 성도들에게 가장 중요한 절기 중의 하나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고난의 사역을 하는 과정을 성도가 스스로 겸허히 그 고난에 동참하는 시기로, 경건과 절제의 기간으로 보내는 중요한 절기이다. 세계교회도 부활절을 앞두고, 해마다 사순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사순절은 AD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결정돼 현재까지 지켜오는 교회의 주요 절기다. 3세기까지는 부활절을 앞두고 2-3일 금식하는 것이 관례였다.

40이란 수는 예수님의 40일 광야기도, 모세의 시내산 40일 금식기도, 이스라엘의 40년 광야생활, 예수님의 부활에서 승천까지의 40일 등 고난과 갱신, 변혁을 상징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해마다 사순절이면 교단별 묵상집을 펴내 성도들이 말씀 속에서 지내도록 독려하는가 하면 교회별로 특별 새벽기도회 또는 금식기도회를 선포, ‘베옷을 입고 재에 앉아 회개하는’(마 11:21) 심정으로 주님의 고난에 동참케 했다.

또한 성도의 불필요한 소비는 없는지 점검하고 구원과 연관된 묵상을 하게 하며 가족 모두 금식을 통해 하나님과의 만남을 갈망케 도왔다. 사랑의 헌혈 운동, 소외된 이웃 돌보기 행사 등의 경건과 절제, 나눔의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올해 사순절을 어떠한 자세로 보내야 할까. 경건훈련과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손길, 말씀 묵상과 경건의 기도, 절제와 금식의 시간, 봉사와 구제, 전도의 기회로 삼는 자세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사순절 지키기의 핵심은 경건훈련에 있다. 이 기간 중에는 오락을 멀리하고, 날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등 경건한 삶을 스스로 실천해야 한다.

문제는 오늘날 사순절을 제대로 지키는 성도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사순절 기간임에도 오히려 세속적 즐거움에 빠져 경건함을 잃어버린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한국교회 안에서도 이 귀중하고, 은혜로운 기회를 소홀하게 여기는 경향이 생겼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그동안의 과오를 반성하고, 사순절을 온전히 지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먼저 교계 지도자들이 실수와 갈등, 분쟁으로 얼룩진 과거를 반성하고, 겸허한 성찰과 함께 그리스도가 걸어간 삶의 모습을 닮아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사회전반에 확산되어 있는 한국교회에 대한 불신을 종식하고, 교회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사회의 갈등극복과 경제난 및 환경재난으로 고통당하는 이웃들에게 희망의 손길을 교회가 건넬 수 있도록 지도자들이 먼저 경건함을 되찾아야 한다.

오직 교회가 한국사회를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다는 소망과 신뢰를 안겨줄 수 있도록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사순절을 계기로 이 땅에 소외받은 이웃들을 위한 섬김과 나눔 사역을 새롭게 정립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그동안 교회의 외형적 성장에만 치우쳤다면, 진정으로 소외된 이웃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한다. 사순절 기간만이라도 소외된 이웃들의 고통 받는 삶을 체험하고, 그들이 온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보여주기식 나눔 실천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우러나는 섬김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성도들도 사순절을 그냥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상의 온갖 유혹과 재미에 치우쳐 경건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걸었던 고난의 행군에 동참하면서, 스스로 경건한 삶을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마음 깊이 새겨 넣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주님의 고난을 생각하며, 말씀 묵상과 경건의 기도를 해야 한다.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훗날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사순절 기간에 경건한 삶을 지켜나갈 것이다. 또한 그동안 소홀했던 성경읽기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 이때 신약을 정독하는 것도 추천할만하다. 스스로 사순절 기간 동안 성경읽기를 위한 계획을 짜서 매일, 매시간 성경읽기를 추천한다.

더불어 교회마다 사순절 기간에는 특별새벽기도를 진행하는 데 성도들 스스로 목표를 두고 새벽기도에 참석해야 한다. 이 새벽기도를 통해 느슨해진 신앙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고, 닫혔던 영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사순절 기간에는 가정에서도 절제와 금식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이 기간 중에는 화려한 행사나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오락이나 식도락 같은 세상적 즐거움에 미혹되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 가능하면 단 한끼라도 금식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몸소 체험해보는 것도 좋다.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사순절 기간 동안 금식 등 자기절제와 회개를 통해 그리스도의 고난을 되새기는 신앙성숙의 시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예수님과 함께 부활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는 기간이자, 죽음을 경험하는 기간으로 삼아 영적 성장을 이루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개인적 신앙성찰의 시간으로만 제한하지 말고 삶 속에서 구제와 나눔을 통한 사랑 실천의 기간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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