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정 재 영 장로
작품의 내용은 대부분 다 아는 유명한 시라서 생략하고, 수사학에 면에서 신비평의 계승인 융합시학 이론에 기대어 읽어보자 한다. 작품에 나오는 시적 대상인 하늘, 바람, 잎새, 별이 서로 이중적이고 상반된 모습을 양극화가 특징인 융합시학의 이론을 찾아 볼 수 있다.

‘괴로워했다’와 ‘걸어가야 하겠다’는 과거와 미래이지만 시의 시제는 마지막 행의 ‘오늘’에서 현재의 의식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즉 과거 미래 그리고 현재가 하나의 작품 안에서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복합성을 띠면서, 그 시제끼리도 각각 상반성을 가지고 유기적이며 종합적으로 연결하여 결합시키고 있다.

동지사(同志社)대학에 세운 시비(詩碑)에서는 하늘을 공(空)으로 번역되어 있다. 그러나 천(天)의 의미로 해석하여야 된다고 여겨진다. 즉 하늘이라는 시어는 단순한 공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모든 행위를 평가하고 인도하는 주재자(主宰者)를 상징한다고 이해해야 한다. 하느님이 아니라 하나님으로 말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인 윤동주의 의식은 더욱 그리 해석해야 옳을 것이다. 따라서 시인의 초월적 윤리의식이나 신앙 모습을 숨겨 놓은 것을 알게 한다.

하늘의 특성을 별로 그리고 있다. 하늘이라는 관념성을 별이라는 사물로 시각화함으로 별이 가지는 심상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시각화한 정서의 감각화다. 별이 가지는 상징의미는 시인의 궁극적인 가치, 즉 철학적이며, 종교적인 소망의 표상이다.

‘주어진 길’은 타인에 의함을 말하는 것이지만, ‘걸어가야겠다’는 진술은 내면적 자의식을 보여준다. 대자적 존재와 즉자적 존재가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이중성은 그것이 상반성인 양극화 된 이미지를 동원함으로 시적 공간을 넓혀주는 목적을 가진다.

바람은 순간의 현상이지만 영원한 동경의 지점을 ‘스쳐간다’라 함에서 의식의 양면성을 발견하게 된다. 실존은 순간과 영원을 동시적으로 붙들고 있는 이중적인 존재다.

인간은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동시적으로 미래 세계의 완전함을 지향하려는 실존적 이중성이나 상반성을 알게 하는 작품이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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