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죄악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희망은 없는 것인가? 이사야의 말을 들어본다. “주의 손이 짧아서 구원하지 못하시는 것도 아니고, 주의 귀가 어두워서 듣지 못하시는 것도 아니다. 오직 너희 죄악이 너희와 너희의 하나님 사이를 갈라놓았고 너희의 죄 때문에 주께서 너희에게서 얼굴을 돌리셔서 너희의 말을 듣지 않으실 뿐이다.”(사 59:1-2/표준) 이사야는 백성들의 죄를 질책하면서 ‘너희’에 초점을 두지 않고, 너희 ‘죄악’에 두고 있다. 백성과 하나님 사이를 갈라놓은 것은 ‘너희’가 아니라, 너희 ‘죄’로 읽혀지는 표현이다. 비록 백성들의 죄가 막중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자비의 손길이 가까이 있음을 이사야는 믿고 싶었던 것이다.
이사야가 적시한 ‘죄’는 ‘갈라놓는 자’ ‘분리자’이다. 죄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다. 하나님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한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가장 큰 두려움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얼굴을 외면하는 일이다. 하나님께서 얼굴을 가린다는 것은 양심의 빛을 가린다는 것이다. 죄악을 저지르면서도 죄인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을 분간하지 못한다. 빛이 가려진 곳에서 백성들은 “소경 같이 담을 더듬으며” “곰 같이 부르짖”(사 59:10-11)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게 될까 두렵다.
삼일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