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CK는 지난 2일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유가족들의 발을 씻기며 이들을 위로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노숙자들, 일본으로부터 아직 위로받지 못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 속에 주님께서 찾아가 주소서. 이들을 희망과 생명의 미래로 이끌어 주소서.”

부활절 새벽,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기도소리가 나직이 울려 퍼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NCCK)는 5일 오전 5시 서울 후암동 중앙루터교회에서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다’라는 주제로 부활절 새벽예배를 드렸다.

김영주 총무 등 NCCK 관계자들은 주님의 부활을 찬미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어둡고 소외된 세상 곳곳에 그의 삶을 실천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이날 한국구세군 박종덕 사령관은 대표기도를 통해 “우리는 지난 1년간 바쁘게 사느라 기도하지 못하여 영은 흐려졌고, 세상 기준에 맞춰 사느라 눈이 어두워졌다”며 “하나님의 임재와 도우심으로 우리의 어리석음을 탓하시고, 부활의 은총으로 부족함을 채워 달라”고 간구했다.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는 ‘그리스도의 부활 우리의 부활’이라는 주제의 설교에서 “예수님이 부활 후 왜 하필 갈릴리를 찾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곳은 버려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자 치유와 위로와 희망이 필요한 곳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김 주교는 이어 “2015년 대한민국의 갈릴리는 어디인가”라고 반문한 뒤, “팽목항에 머문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가족들, 수많은 비정규직들, 장애인들, 노인들, 어린이들 등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장소가 대한민국의 갈릴리이다. 부활과 기적이 필요한 곳에서 예수님이 우리를 초대하고 계신다. 고난 받는 이들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따뜻한 시선 한 번을 건네는 것이 부활의 증인이 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예배에서는 남북 화해와 통일을 기도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NCCK는 매년 부활절마다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과 함께 남북공동기도문을 발표해 왔다.

▲ 5일 중앙루터교회에서 드려진 부활절 새벽예배 광경.

대표로 기도문을 낭독한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철환 총회장은 “분단 70년을 맞아 용서와 화해의 불길이 온 겨레 방방곡곡에 타오르기를 기도한다. 분단의 아픔을 씻어내고 우리 후손에게 살아있는 하나 된 조국을 선물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한편 NCCK는 지난 2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순례기도회를 진행하고, 실종자 가족들의 발을 씻기는 등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3일에는 세월호 참사 발생 지점인 맹골수도에서 선상 추모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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