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너무 따갑다
촛불이 참 빛을 잃어서

귀가 멍멍하다
떼쓰는 소리가 너무 커서

코가 맵다
쓰레기 매연이 가득차서

가슴이 찢어진다
세상을 거짓으로 덮어서

머리가 아파온다
이해 못하는 일이 많아서

세월을 지켜오던
소나무는 울고 있다

 

▲ 정 재 영 장로
시인은 소나무라는 사물을 동원하여 무얼 말하려 하는 것일까. 본문 속에서 소나무가 암시하거나 함축하는 비유적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

1연에서 ‘촛불의 참 빛’에서 실마리를 찾아들어가려 한다. 촛불은 기도나 진리를 나타나는 사물로, 원형심상으로 볼 때 종교적 상징이다. 참 빛이란 말도 역시 마찬가지다. 태초 천지창조 시 첫 날의 빛은 태양이 생기기 전 빛이다. 요한복음에서는 그 빛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을 말함으로 새로운 천지창조를 암시하기도 한다. 하나님이 보기 좋았더라 하신 첫날의 빛임을 참 빛이라 하였음을 추론케 한다. 참 빛을 잃은 시대, 곧 빛의 상실은 진리를 제시하지 못하는 시대의 아픔이다. 이 촛불은 요한계시록의 7교회를 암시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할 수도 있다. 절대적 가치인 영광스런 빛을 잃은 현시대가 선지자적 사명을 상실함으로 시각장애인과 같은 위치에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2연의 떼쓰는 소리도 마찬가지다. 상식을 벗어난 요구나 주장을 하는 시대적 풍자다. 소음에 지나지 않는 논리 주장의 무가치함을 말한다. ‘귀가 멍멍하다’는 것도 소통의 장애를 말하는 것이다.

3연의 ‘쓰레기의 매연’은 오염된 환경을 말함이다. 이것은 자연환경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정신적으로 오염된 시대 비평을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4연에서 거짓으로 덮인 세상이라 함은 인간을 포함한 전우주적인 정신적 파괴를 말함이다.

5연에서 이해하지 못한 일이 많은 것은 진리가 오도된 세상에서 진리가 아닌 불의가 세력을 가지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연의 소나무라는 시적 대상을 통해 긴 역사를 가진 한국의 현실의 아픔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소나무는 애국가의 ‘소나무’처럼 한국의 현실을 상징하여 풍자하고자 동원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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