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신 목사
방위사업 비리 혐의로 체포된 모 교회의 장로가 자신이 다니는 교회를 탈세 경로로 활용해 비판이 거세다. 이모 장로는 러시아 측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미국 계좌에 보관하고 있다가 이 교회에 기부금 형식으로 보냈으며 교회는 다시 채무변제 형식으로 이모 회장에게 송금했다고 한다. 10여년 동안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어쩌다 교회가 이 지경까지 되었는가.

경찰이 압수수색한 교회에는 영화 속에서 볼 법한 비밀의 방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교회 3층에는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숨겨진 버튼을 누르고 책장을 밀면 방이 하나 나오고, 이 방의 문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침대와 샤워실까지 갖춘 방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교회 비밀의 방 침대 뒤에는 비상 시 빠져나갈 수 있는 도주로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 방은 이모 회장의 임시 사무실로 활용되면서 각종 비리와 관련된 자료들을 숨겨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 교회 담임목사의 친동생이 이모 장로가 운영하는 회사의 계열사 이사로 자금을 빼돌리는 과정에 가담한 사실까지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가뜩이나 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 요즘 이번 사건이 또 다시 복음전파의 장애물로 작용하며 교회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국교회가 얼마나 타락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교회세습, 돈과 관련된 온갖 비리들,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모습 등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교회와 기독교, 교인들에게 하다하다 ‘교회에서 돈 세탁까지 하느냐’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교회가 이처럼 돈과 관련된 사건에 계속해서 휘말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교회가 갈수록 부자들의 교회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내에는 물질만능주의가 깊게 뿌리를 내렸다. 교회 내에서 권사나 장로 등 직분을 얻고,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많은 헌금을 내야 한다.

목회자들 또한 훌륭한 목회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커다란 교회에서 많은 성도를 거느리고 목회를 해야 한다. 목회자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어느 성도가 얼마짜리 차를 선물해 줬다’는 자랑이 농담처럼 오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회가 돈 세탁의 장소로까지 이용된 것이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닐 것이다. 하나님의 교회를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강단에서 ‘돈’을 외치며 헌금을 강요하는 것이 오늘날 대다수 교회의 현실이 아니던가.


따라서 한국교회에는 제2의 종교개혁이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물질만능주의와 맘몬주의에 함몰된 현재의 모습을 버리고, 가난한 이웃을 위한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천국에도 갈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더 이상 교회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자성과 변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장 통합피어선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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