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못다 채운
반달로 떠도

내일은 내가
둥글게 가득 채운
보름달로 뜨리라

온 누리에
은총의 빛
환히 비추는
야훼 하나님의 보름달로 뜨리라

은총
더 부어 주시면
맑고 영롱한
정도의 태양으로 떠오르리라

▲ 정 재 영 장로
시적 대상을 달, 보름달, 태양으로 확대하여 그려내고 있다. 그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장시킨 점층법을 사용하고 있다.

첫 연의 시제는 ‘오늘’이다. 즉 현재다. 화자의 존재 모습, 불완전한 존재에 대한 고백이다. 둘째 연에서는 ‘내일’ 곧 미래의 소원을 말하고 있다. 현재 미완의 모습에서 완성과 충만을 소원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이때 말하는 내일은 바로 그 다음 날을 말하는 것이 아니지만, 어느 날인가는 꼭 만월이 되기 마련이라는 경험적 사실을 통해 완성에 대한 확신성과 필연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세 번째 연에서 보름달이 되는 가능성은 자신의 방법에 의탁함이 아니다. 반대로 믿음의 대상인 하나님의 도움으로 가능하다는 신앙을 고백한다. 이 말 안에는 인간의 불완전한 모습과 무능함의 한계성 등을 암시적으로 말하고 있다. 자신의 힘으로 보름달이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완전함이란 신적 요소라는 신학적 고백을 함축하고 있다. 인간은 결코 완전함을 스스로 이룰 수 없는 존재이며, 하나님의 ‘은총의 빛’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믿음에 대한 의지를 구체적인 사물로 드러내, 시각화한 이미지다. 이 ‘은총의 빛’은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속성의 빛이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이나 도움을 주시는 보혜사 성령님을 암시적으로 말하고 있다. ‘온 누리’라는 말은 보편적인 하나님의 은총이다. 누구나 그분의 은총 안에서 보름달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마지막 연에서 태양은 빛의 근원인 존재가 아니다. 만일 그렇게 해석한다면 화자가 하나님이 된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은총의 빛과 태양의 빛은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태양은 창세기의 3일 째 만들어진 빛인 태양이다. 전자는 창조 시 첫날에 존재한 신적 영광의 빛을 말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 말은 ‘너희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말한 하나님의 자녀의 빛이다.


제목에서 오늘의 모습의 진솔한 고백을 통한 미래의 신앙적 소원을 보여줌에서 단순한 사물로 많은 상상력을 가능케 해주는 상징어의 효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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