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신 목사
우리는 누구나 건강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건강식을 하고 운동을 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관리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건강해지기를 원한다고 해도 우리의 인체가 건강의 한계를 넘어서면 비대해지고 병이 되고 부작용이 생긴다. 가장 뚜렷한 부작용은 둔해지는 것이다. 행동이나 감각이 둔해진다. 그것을 방치하면 무감각해지고 결국은 치명적인 질병으로 죽게 된다.

교회라고 다를 바가 없다. 너무 비대해진 교회는 감각이 없어진다. 목회자의 양심도, 성도들의 신앙도 다 무디어진다. 한국교회 안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돈이나 성(性)에 관한 추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성추행을 저지른 목사가 개척을 했는데 천여 명의 교인이 모이는 것이 지금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목사도 성도들도 모두가 무디어진 결과다.

오늘날 교회가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가 비대해지고 무감각해졌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고난 받는 이들의 희망과 소망이 되셨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자들이라 자처하면서도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고 고난 받는 이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대형교회 대부분이 커다란 몸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 곪아터지고 있다. 담임목회자는 권력과 재물에 대한 탐욕만 가득하다. 거기에다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이만큼 큰 교회를 맡고 있으니 자신이 가장 잘 났고 훌륭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 땅의 수많은 교회들이 비대해지면서 결국 사명에 대해서도 둔감해지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사명이 무엇인가. 이는 땅 끝까지 이르러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다.

또한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이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들은 입으로는 우리 모두가 한 형제자매라고 하면서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어 서로를 차별하고 있다. 개교회이기주의가 팽배한 것이다.

이는 교회들끼리도, 교단들끼리도 마찬가지이다. 이해관계와 서로의 이익에 따라서 아메바식 분열을 거듭하고 있고 사분오열한 채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복음전파가 될 리 만무하다.

지금의 한국교회는 모두가 인정하다시피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 이를 치유하는 길은 우리 모두가 무감각함에서 벗어나 깨어나는 것밖에 없다. 욕심과 탐욕을 내려놓고 게으름을 내려놓고, 교만과 위선을 떨쳐내고, 주님이 가신 길을 상기하면서 광야로 나아가야 한다. 주님께서는 기름지고 호화로운 비단길 위를 걸으신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광야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복음을 전하셨다. 가시밭길을 걸으셨다. 우리 모두를 구원하시기 위해 몸소 십자가를 지셨다. 우리 모두가 그 분의 발자취를 쫓을 때 교회가 건강함을 되찾을 수 있다.

예장 통합피어선 총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