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세습 현상은 단순히 윤리나 도덕의 타락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 “세습 자본주의의 교회적 현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동춘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는 지난 26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 주최로 개최된 ‘2015변칙세습포럼’에 발제자로 참석,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개인의 능력과 성실성만으로는 신분 상승이나 운명 타개의 기회가 봉쇄되어 버렸다.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의 확보와 수호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전제한 후,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습 자본주의의 공고화가 일어나는데, 교회 현장에 그대로 적용된 것이 바로 목회 세습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목회세습은 자본재로서 교회라는 물적 자산을 교회 귀족층, 혹은 교회 기득권층이 자녀 세대에게 대물림하는 현상”이라며 “교회의 사유화를 넘어 공교회적 존중과 의식으로 전환되어야 할 뿐 아니라 제도적이며 법적 규제가 더 치밀하게 제정되고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일부 교단에서 목회세습방지법이 통과된 이후 교회세습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려는 취지로 개최됐다.

조제호 사무처장(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사회로 방인성 목사(함께여는 교회, 세반연 실행위원장)의 인사말, 김동춘 교수 외에 황광민 목사(석교감리교회)와 고재길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학)의 발제가 이어졌다.

방인성 목사는 인사말에서 “목회세습은 돈과 권력, 명예를 탐하는 우상숭배이며, 교인들을 기만하고 종교 권력가들만 배불리는 악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방 목사는 그동안 세반연이 약 350건의 제보를 접수했다고 전하며 “세습이 완료된 교회는 122개 교회이지만 훨씬 많은 교회가 세습으로 고통 받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광민 목사는 “목회세습방지법 제정 당시만 해도 장정개정위원들은 (변칙세습을)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행정책임자들이 친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안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변칙세습을) 거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법적인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고재길 교수는 “세습 현상을 대하는데 있어 신학적인 접근 뿐 아니라 사회학적 접근도 필요하다”며 문화적인 습속으로서의 가족주의에 주목했다.

고 교수는 “부정을 덮어줄 수 있을 만큼 믿을 수 있는 것은 가족뿐이라는 사고가 팽배해 있다”며 세습 문제가 가족주의 및 부정부패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본회퍼의 고백을 인용하며, “목회자가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살 것이 아니라 교회와 목회의 회복이 한국교회의 최종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참여한 이들이 대화를 주고받듯 자연스러운 토론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세습의 부정적인 모습만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도 강조해야 한다며 “소명을 대물림하고 사적인 이익을 근절하자”고 발언했다.

방인성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한국문화를 무시하면서도 좋아하는 것(가족주의, 혈연주의)은 꽉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반연은 그동안 접수된 제보내용 중 세습으로 확인된 내용도 통계로 발표했다. 통계 자료를 통해 세반연은 “세습이 갈수록 다변화되고 있고, 그 비율도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단일 유형으로는 직계세습이 제일 많다”며 “기존의 목회세습방지법이 무의미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세반연은 “연말까지 세습 교회에 대한 제보를 계속 접수 받고 있으며, 개별 교회의 세습에 대응하기 위한 상담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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