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교과부가 내놓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별 적용을 위한 세부기준’ 제정안이 실질적 대안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대화 모임’ 통해 진정한 용서와 화해 모습 이뤄져야
학생부에 기록되어도 충분한 반성 시 재심 후 기록 삭제 가능성 제고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별 적용을 위한 세부기준’ 제정안을 행정예고 했으나,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근절하기에는 벅차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번 제정안이 교과부가 1년 전 발표해 시행했던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보완하는 차원이기는 하나, 학교 내 폭력문제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추가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목소리가 높다.

(사)좋은교사운동(대표 정병오)은 지난달 31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행정 예고한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별 적용을 위한 세부기준’과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추가적인 조치를 강구하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교과부는 제정안을 통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조치를 위할 때 고려해야 될 세부적인 기준 마련과 학교폭력 사안 가운데 학폭위에 조치를 의뢰하지 않아도 되는 사항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서 제시했다. 또한 학교폭력이 발생했더라도 학교폭력 처벌 전력이 없는 학생에 의한 우발적이고 경미한 폭력이 발생했고, 이를 즉시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고 피해자가 받아들인 경우에는 학폭위로 넘겨져 처벌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하지만 좋은교사운동은 성명에서 이와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동 단체는 “학교폭력 처벌 전력이 없는 학생에 의한 우발적이고 경미한 폭력이 발생했고, 이를 즉시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고 피해자가 받아들인 경우에는 학폭위로 넘기지 않고 생활지도부에서 자체 해결해도 된다는 조치로 인해 많은 우발적 학교폭력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우발적 폭력이라 하더라도 가해자가 진정한 사과가 아닌 건성으로 사과를 하더라도 피해자는 가해자가 무서워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경우 피해자가 느끼는 피해의식과 공포는 전혀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상담부 차원이든 생활지도부 차원이든 ‘가해자와 피해자 대화 모임’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편한 분위기 가운데서 충분히 마음 속 이야기를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해 학교폭력 종합대책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학폭위 조치 사항 학생부 기록과 관련된 내용이 전면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현재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학폭위에서 조치를 받았을 경우 가장 가벼운 1호 조치인 서면 사과든, 가장 무거운 9호 퇴학 조치든 차별 없이 기록을 하게 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한 번 기록이 되면 지워질 수가 없고, 이후 반성 등의 변화 내용이 추가될 수 있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또 “이 조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대로 1호에서 9호 조치 가운데 일정 기준을 정해 가벼운 조치는 학생부 기록을 하지 않고 무거운 조치만 기록을 하게 해야 한다”면서, “무거운 조치로 학생부에 기록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후 충분한 반성과 변화가 있을 경우 재심을 통해 기록 삭제 가능성을 주어야 인권 침해의 우려도 없고, 교육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특히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방식이 현재 ‘처벌 중심’, ‘학교와 교사의 손발을 묶는 방식’에서 벗어나 ‘갈등해결 중심’, ‘갈등과 폭력에 대응하는 학교와 교사의 역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학교 체제도 갈등과 폭력에 대해 우선 화해와 중재를 하게 한 후 나중에 처벌로 이어지게 하는 체계를 만들 필요성을 언급하고, 학교폭력대책위원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화해와 중재에 대한 관점과 역량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지금과 같이 처벌을 강하게 하면 학교폭력은 줄어들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교사들에게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고, 또 이들에게 이를 할 수 있는 권한과 시간을 주어 사소한 갈등부터 풀어나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 단체는 또 “학교폭력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듯, 이후에도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단기적으로 푼다는 명목 하에 처벌 만능주의로 갈 경우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학교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학교와 교사의 교육적 역량은 고사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와 교사의 교육적 역량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정책의 변화가 절실하며, 이미 교사단체와 교육시민단체 중심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논의와 실천, 대안들이 활발히 실천되고 있는 흐름을 교육당국은 주목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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