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를 내린
간월도 썰물의 민물도요처럼
시쿰한 개펄에 가슴을 묻고
육지로 번지를 대고 있다

모세의 기적 동화의 섬
제부도 게와 낙지의 땅에서
감람나무가 해를 내려 놓자

빈들거리는 바다를 걷어내고
해안 절벽과 성곽 같은 언덕
기생 화산 오름 따라
깡마른 억새 능선 타고 넘다

깨달음도 바람에 씻겨야
두꺼운 옷을 벗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며 에둘러
갈리리호 북쪽 골란 고원을 본다

▲ 정 재 영 장로
나그네새는 철새를 말하는 것으로, 특히 북쪽 번식지로부터 남쪽 월동지로 이동하는 도중에 봄, 가을 두 차례 한 지방을 지나는 도요새, 물떼새 따위를 말한다.

첫 연에서 화자는 간월도에서 부터 나그네새의 심정이 된 것이다. 꼬리를 내렸다 함은 비행을 멈춘 상태를 말한다. 화자는 도요새의 관심이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땅에 있음을 의미한다. 즉 세상사에 대한 나그네 마음을 노래하는 것이다.

2연에서는 제부도의 바다가 갈라지는 시간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배경이 갑자기 변환되는 것은 화자가 어떤 일정한 장소에 머무는 여행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그네새가 된 것이다. 감람나무 사이로 낙조가 된 모습을 해를 내려놓는다고 의인화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3연에서는 제주도를 말한다. 기생 화산(寄生火山)은 대형 화산의 중턱이나 기슭에 새로 분화하여 생긴 소형 화산을 말하는 것으로 측화산이라고도 한다. 제주도 풍경을 빈들거리는 바다를 걷어낸 해안과 언덕에 있는 기생화산을 말함으로, 제주도 풍경의 특성을 그림처럼 그리고 있다.

첫 연의 개펄이나, 제부도의 바다가 드러난 땅의 모습이나, 제주도의 오름의 능선은 모두 땅의 이미지의 의미를 말하고자 동원한 사전 작업이다. 이것은 마지막 연에서 확연히 보여준다.

마지막 연에서는 그런 육지들의 의미가 철새와 같은 여행을 해도 인생에 대한 깨달음이 확연히 다가오지 않음을 고백한다. 왜냐면 중동지역 골란 고원의 역사적 사건들의 교훈과 의미가 쉽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화자의 상상력은 간월도, 제부도, 제주도. 골란 고원 등으로 점점 확장되고 있다. 작은 섬에서 큰 섬으로 시야를 이동하여 마침내 국제적인 관심사로 바꾸는 작업은 나그네새는 단순한 철새가 아닌 인류적이며 우주적인 역사관을 숙고하는 시인의 시대적 통찰과 시야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지역적 이동의 철새가 아닌 범세계적인 역사적 해석에 대한 관심과 인류의 본질적인 존재에 대한 담론을 담아내고자 함이다.
마지막 연에서 ‘모르겠다’는 부문은 비극적 요소다. 이것은 문학적 순수한 통징으로 심리적인 카타르시스를 만든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순기능을 엿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시인은 영원한 철새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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