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호 관 목사
영화 <연평해전>이 기록을 갱신하며 관객 몰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느 새 정치의 중심에 서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는 평화로운 장안과는 달리 서해에서는 불꽃이 피어오르고 피가 터지는 해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전장에서 스러져간 우리의 사랑스러운 6명의 용사들을 화면으로 살려낸 영화가 연평해전이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쇼맨십이 강한 여의도의 선량 몇이 너스레를 떨고 나섰다. 누가 그렇게 두려웠던지 전사를 순직으로 장례식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해탄을 건너 축구 구경하러 갔던 그 분들이 재빠르게 치고 나서 영화관 정치에 선수를 친 것이다. 연평도 해상에서 두 차례에 걸쳐서 일어난 바다전투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 1차, 2차 연평해전이다. 두 번다 북쪽에서 우리 해역을 넘보는 도발행위가 원인이었다. 처음 해전은 1999년 6월 7일 북한 경비정 3척이 어선 보호라는 허울로 우리 해역을 침범하더니만 이튿날에는 경비정 4척과 어선 10척을 북방한계선 남쪽 9km까지 침범시킴으로 대한민국의 해군전략을 간 보려는 도발을 했다.

그래도 우리 해군은 피 흘리는 싸움은 피하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속정을 접근시켜 '교전규칙'과 '국제 법'에 의한 퇴각을 강력하게 요구하였으나 퇴각은 고사하고 경비정 3척을 추가 투입하는가하면 고속정으로 대한민국 해군의 고속정을 충돌하여 손상을 입히는 도전행위까지 감행했다. 이렇게 해서 판이 커진 것이 1차 연평해전이고, 이 때는 우리 해군이 완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3년 세월이 지났다. 2002년 월드 컵 열기로 장안이 들썩이고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되어 있던 때였다. 그 평화로운, 아니 평화의 향연이 향기롭게 피어오르는 그 시간에, 함께 즐길 수 없는 판에는 초를 치라는 북한의 심술이 연평 앞바다에서 터지고 말았다.

대한민국 해군 참수리 357호를 향하여 집중사격을 가함으로 축발된 해전은 31분간 계속되다가 반파된 북한 초계정 등산곶 684호가 북쪽으로 꼬리를 감춤으로 끝이 난 싸움이 제2 연평해전이다. 이 싸움은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을 받은 참수리 357호가 침몰되었고, 정장인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서 한상국, 조천형, 황도현,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의 전사자와 18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여기서 우리는 당시 정부의 어이없는 처사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6명의 전사자들을 순직으로 처리하고 장례식이 있던 그 날에 대통령께서는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 컵 4강전을 응원하러 갔다. 그 때야 누구 한 마디 거드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지나는 게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는 그런 작태에 대하여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 연평해전이라는 영화가 역사의 현장을 극적으로 구현하여 보임으로 잊혀진 역사 현장으로 양심들의 이목을 이끌었다. 사시로 곁눈질하던 후안무치의 정치인들, 그것도 종북 좌파로 의심받을 만한 행보를 보이던 그런 인사들까지 스크린 앞으로 불러냈으니 이만하면 대단한 영화라 싶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감동적인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그날에 있었던 그 해전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고 또한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만한 감동 스토리였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그 영화를 소개한 글들을 읽어보고 알게 된 사실이다. 해군 출신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참수리 357호 정장‘윤영하’대위. 아내의 든든한 남편이자, 참수리 357호 조타장‘한상국’하사. 어머니의 하나뿐인 아들이자, 참수리 357호 의무병‘박동혁’상병의 휴먼스토리라고 한다. 11명의 태극 전사들이 녹색 그라운드에서 터키 대표 팀과 한판 승부를 겨루고 있는 그 시간“오 필승 코리아”를 외칠 여유도 없이 우리 바다를 지키는 그들을 향하여 쏟아진 이유 없는 포격은 분명 날 벼락이었다. 그렇게 스러진 6명의 생명은 배 몰이꾼으로 해상에서 그들의 일을 하다가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죽은 순직자였을 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새롭게 이름 붙여진 전사자라는 그 말이 옳았음을, 대통령이 참석해서 기념하고 경례를 올릴 만큼 위대한 영웅이었음을 깨우쳐 준 고마운 영화에 박수를 보낸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가 스크린에 오르기까지 그야 말로 이름도 빛도 없이 동참한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뒷얘기가 화면에 못지않은 큰 감동을 준다.

세 차례에 걸친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4,500여 명의 개인 및 단체가 참여하여 역대 최고 금액을 모아주었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6만여 명의 후원 및 투자로 이어져서 잊혀져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감동스토리로 남겼다니 실로 <연평해전>은 국민영화로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예장개혁 증경총회장·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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