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신 목사
미국 시간으로 지난 6월 26일 오전 10시, 미국 연방 대법원은 동성결혼이 합법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미 연방 대법원은 찬성 5대 반대 4로 동성결혼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으며, 이는 세계에서 21번째이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50개 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며, 미국의 300만 동성 커플이 결혼 등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등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미국에서 동성결혼 합법화가 이뤄진 마당이니 말 그대로 그들은 ‘축제’를 벌였다.

그 동안 꾸준히 퀴어축제 반대를 외쳐온 한국교회는 이날 서울시청 광장 맞은편인 덕수궁 대한문 앞 등지에서 피켓 등을 들고 반대 목소리를 외쳤다. 이들은 성경은 동성애를 죄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교회가 하나돼 동성애를 조장하고 음란문화를 퍼뜨리는 퀴어축제를 저지시켜 나가자고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그러나 이날 반대 집회를 두고 일각에서는 요란한 집회로 오히려 퀴어축제를 홍보만 해준 꼴(?)이라는 비아냥이 들려오고 있다.

이번 퀴어축제에서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것 중 하나가 행사 옆에서 북을 치고 춤을 추던 반대집회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어찌나 신나게 공연을 했는지, “한국 문화로 표현된 퀴어 행사냐”고 묻는 외국인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차이코프스키의 곡에 맞추어 진행된 발레 공연도 입방아에 올랐다. 고전주의 음악가 중 동성애자로 알려진, 러시아 출신의 차이코프스키 노래로 공연을 하면서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또 이날 반대 집회에서 등장했던 깃발 중 ‘붉은 바탕에 흰 십자가’가 그려진 깃발이 1989년에 동성 연인 결합을 제도로 인정하고, 2012년에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덴마크의 국기와 흡사해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집회가 도리어 동성애를 홍보만 해 준 꼴(?)이 되었다고 혀를 차고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과거 한국교회가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벌였던 ‘다빈치코드’라는 영화가 오버랩된다. 당시 한기총 등 교계 보수 진영은 영화 개봉 몇 달 전부터 ‘신성모독’을 이유로 줄기찬 반대운동을 펼쳤었다. 이러한 반대운동은 그 본래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비기독교인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성도들에게조차 “도대체 그게 뭔데?”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당시 ‘다빈치코드’는 말 그대로 흥행 ‘대박’을 쳤다.

이번 동성애 반대집회를 지켜보면서 과연 동성애 확산 저지라는 당초의 취지와 목적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뒤돌아 봐야 할 것 같다. 세심한 부분까지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

예장 통합피어선 총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