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아 국가적으로 광복7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설치해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각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정책적으로 광복 70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온 나라가 일제의 피압박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열심인 모양새다. 이 나라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민족의 대화합을 이룬다는 점에서 박수쳐줄 일이다.

하지만 들떠 있는 분위기에 찬물 좀 끼얹어야겠다. 작금의 현실은 겉으로는 광복 70년을 고래고래 외치지만, 허울뿐인 목소리다. 일제의 피압박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임에도 길거리에는 일본 자동차가 매캐한 매연을 품어대고 있으며, 각종 일제 상품들이 진열대를 장식하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 독도의 영유권 등 각종 얽히고설킨 문제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국가적으로도 광복 70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임에도 일본에게 또다시 외교전쟁에서 패배했다.

일본의 조선인 강제노역 산업시설인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일이 자행됐으며, 미쓰비시가 외국인 강제징용 보상에 대해 우리나라를 제외한 미국, 중국 등에만 사과와 보상을 약속하는 입장을 내놓는 파렴치한 행위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정부의 대처수준은 아주 미약하기 그지없다. 오히려 일본에게 잘 보이려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언제까지 속국의 형태를 보일 것인지, 언제쯤 당당하게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비단 정부뿐 아니라, 국민들의 정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사실 일부 국민들은 일본의 식민지 시절의 고통을 생각지 않고, 일제라면 최고라는 ‘일부심’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일본 자동차가 안전하며, 일제 전자제품이 성능이 뛰어나다고 자랑을 일삼고 있다. 마치 일제 앞잡이들이 보여줬던 모습과 흡사하다. 심지어 이들은 독도를 ‘다케시마’로 바꾸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전자제품, 게임회사, 의류업체, 편의점, 스포츠용품 등 각종 기업들의 제품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나이가 어린 학생들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언젠가부터 일본은 동경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광복 70년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침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셈이다. 누가 대한민국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들이 단지 일본산 제품이 좋아서 생긴 일일까. 아니다. 바로 과거 친일세력들이 뿌리 뽑히지 않아 오늘에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있는 한 지리적인 광복은 이뤘을지 모르나, 본질적인 해방은 이루지 못한다.

광복 70년 올해만큼은 목숨 바쳐 조국의 독립을 일궈낸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기려 일본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소원한다. 정부나 기관 및 단체, 개인 모두가 가슴 속 깊은 곳에 넣어둔 태극기를 높이 들고, 진정한 해방절을 맞이하자. 대한민국 만세!!!

기독교국제선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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