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치하에서의 한국교회 잘못에 대한 철저한 회개 필요
통일기도회 개최 등 통일 향한 실천과 준비 ‘미룰 수 없다’


▲ 한통문협 전덕기 이사장은 “통일은 단순한 체제 통합이 아니라 가치와 정서, 문화의 통합이다. 통일을 위해 남북의 문화적, 정서적 교감과 교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남북 민족의 마음을 순화시키고 동질성을 회복하고 우리가 참으로 한 민족임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할 책임이 문인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사장님, 반갑습니다. 8.15 특별대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는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일본제국주의 압제와 핍박 속에서 우리 민족은 독립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광복의 기쁨도 잠시 오히려 남북이 분단된 채 오늘날까지 대립과 갈등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는 올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은 것은 우리 민족과 한국교회에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제국주의 치하에서 꿈에도 그리던 독립을 맞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습니다. 일제 치하에서의 굴곡된 역사는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또한 냉전체제의 희생물로 결국 하나의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라지는 분단을 맞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는 우리는 일본 식민 지배 하에서의 과거의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또한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매진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를 한국교회 목회자와 교인들 모두가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일본제국주의 치하에서의 굴욕적인 과거사는 70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 국군주의의 부활을 또 다시 꿈꾸고 있습니다. 독도 망언과 교과서 왜곡도 심각합니다. 갈수록 우경화되는 일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일본의 우경화 현상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정신대 할머니들의 눈물은 아직까지도 마르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일본은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동북아의 패권을 잡으려는 군사적 움직임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지금 당장 동북아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군사력 증강을 멈추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일본이 과거 저질렀던 잘못을 회개하고 자숙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은 계속해서 우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고,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댑니다. 우리는 이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일본의 이러한 도발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일제 말기 돌이킬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신사참배를 통해 우상을 섬겼고, 이 땅의 꽃다운 젊은이들을 선동하여 전쟁터로 내몰았습니다. 부일협력에도 앞장섰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회개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일제 말기 한국교회 지도자들 자처하던 많은 기독교인들이 앞다투어 이러한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한국교회 친일의 역사를 이제라도 회개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교회 친일의 역사는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일본제국주의 말기 한국교회의 친일행각은 극에 달했습니다. 신사참배를 하고, 전쟁 군수물자를 모금해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꽃다운 우리의 젊은이들을 선동해 전쟁터로 내몰았습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이러한 역사의 과오에 대해 눈감았습니다. 신사참배를 둘러싼 교회와 목사, 성도들의 죄가 하나님과의 일대일의 신앙 관계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덮어두었거나, 언급을 회피하며 그 죄의 심각성에 대해 별로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장로교 제39회 총회에서는 신사참배에 대한 문제를 잠깐 다룬 적이 있지만, 여전히 과거사에 대해 청산되지 않는 문제가 교회 내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일제강점기에 저지른 죄를 방치한 채로 달려왔고,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친일의 역사는 남북의 분열, 교회와 국가 내에서의 동서의 분열, 교단 내에서 분열, 수많은 교단과 교파가 나뉘는 분열의 역사를 초래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친일 인사들은 해방 후에도 계속 교계의 요직에 올라앉아 우상 숭배에 대해 합리화하는 교묘한 발언들을 하며 교회와 성도들에게 많은 혼란을 주었습니다.
회개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독선이나 정죄라는 말로 그냥 넘겨버렸습니다. 때로는 일제 치하에서 참혹하게 죽어간 순교자들을 싸잡아 광신자로 취급하기도 하였고, 신사참배에 저항하다가 투옥된 목회자와 성도를 교회의 조직을 무너뜨리고 갈려나간 교회 분열의 원인 제공자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교회가 저지른 행위가 세속 권력에 영합하고, 추종하여 교회의 교회다움을 상실하게 하고, 교회의 사회 공신력을 떨어뜨리게 했으며, 교인들은 물론 다른 일반인들까지 잘못된 길로 내몰았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또한 그러한 행위가 기독교의 이름으로 행한, 일제의 침략 전쟁 협력 행위였다는 점에서 하나님 앞에는 물론, 우리 민족과 역사 앞에서도 용서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에 눈을 감는 자는 미래를 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이라는 과거사 정리를 매듭짓지 못하고, 그 연장선에서 오늘까지 이른 한국교회는 무엇이 바른 역사이며 누가 역사의 주체인가에 대한 심각한 혼란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한국교회 전체의 반성과 회개가 요구됩니다.   

△올해로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았지만 한반도의 통일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남북의 대치 상황 속에서 갈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고, 분단 상태는 더욱 고착되고 있습니다. 과거 통일기도회를 개최하고, 인도적 대북지원에 적극 나서는 등 남북교류와 화해에 중심적인 역할을 감당해 온 한국교회의 통일에 대한 열기도 많이 식었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 통일운동의 현 주소를 진단해 주신다면.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매우 침체돼 있는 상황입니다. 통일을 위한 기도회조차도 갈수록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 됐습니다. 이는 민간 차원의 통일운동에서 정부 주도의 통일운동으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냉각된 것이 그 일차적인 원인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을 자처하는 한국교회의 소명을 생각해 볼 때 이는 변명에 불과합니다. 우리에게는 북한의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영혼을 구원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는 민족의 역사와 호흡하며 애국애족의 정신을 실천해 온 한국교회의 마땅한 자세이기도 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어떻게 급변하든, 남북관계가 더욱 더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더라도 한국교회는 평화통일을 향한 기도와 실천을 멈추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민간차원의 통일운동을 주도해 온 자랑스러운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80년대, 사회의 모든 분야가 독재정권의 억압 아래서 통일문제와 관련된 견해를 거의 내놓지 못하고 있을 때에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교회는 정부의 방해를 뚫고 통일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개진해 왔으며, 여기서 이루어진 논의를 바탕으로 1988년에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관한 한국 기독교회 선언’(88선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정부가 대북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교회의 통일운동은 점차 그 입지가 작아지기 시작했고, 현재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그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교회가 어떠한 통일운동을 벌여나가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평화통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열정을 되살려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침체된 상태로는 한국교회의 사명을 다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통일은 왜 필요한지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널리 알리고 전파해야 합니다. 또한 통일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기도의 역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듭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 함께하고 계시고, 우리의 기도소리를 들어 반드시 우리 민족을 하나로 통일시켜 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한목소리로 기도할 때 통일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삶 속에서 통일을 실천하고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독일의 통일에서 볼 수 있듯이 남북교류를 계속해서 지속하고,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통일의 밑거름을 놓아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수반될 때 통일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아 사회적으로는 물론 한국교회 전반에서도 이를 되새기기 위한 포럼과 행사 등이 잇따라 열리고 있습니다. 한민족평화통일촉진문인협회(이하 한통문협)에서도 최근 ‘통일문학 세미나’를 개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미나에서는 어떤 발표와 논의가 진행됐는지.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아 이를 되새기기 위한 각종 행사가 진행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한통문협에서도 최근 ‘문학으로 통일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통일문학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통일은 단순한 체제 통합이 아니라 가치와 정서, 문화의 통합이라는데 참석자들 모두가 공감했습니다. 아울러 모든 한국 동포들이 합심하여 이제 평화통일로 매진해야 할 때임을 재확인하고, 특히 이 나라 지성인들로 자처하는 우리 문인들이 앞장서서 나서야 할 때임을 다짐했습니다. 통일을 위해 남북의 문화적, 정서적 교감과 교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우리 문인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남북 민족의 마음을 순화시키고 동질성을 회복하고 우리가 참으로 한 민족임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할 책임이 문인들에게 있습니다.
또한 남북교류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더 이상 하나의 한반도를 상상할 것이 아니라 해외동포들을 포함하는 복합적 통일국가를 상상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통일이 단순한 체제통합이 아니라 특정한 가치와 정서, 문화를 통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이면서도 많은 인내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통문협은 최근 ‘백두산 통일촉진 및 역사문화탐방’을 갖고, 문학을 통한 통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백두산 통일촉진 및 역사문화탐방’ 기간 중 안중근 의사 등 수많은 애국지사가 투옥됐던 옛 여순감옥과 6.25당시 폭격으로 끊어진 압록강 다리 등 우리 현대사 ‘아픔의 현장’을 둘러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느낀 점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한 말씀 해 주신다면.

=한통문협은 지난 6월 24일부터 4박5일간의 ‘백두산 통일촉진 및 역사문화탐방’을 갖고,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한민족평화통일촉진에 관한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분단 70년의 그 억울함과 슬픔, 고뇌의 통곡 속에서 아직도 우리가 철조망에 가로 막혀 소모적 대결관계를 지속해오고 있음은 참으로 부끄럽고 원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민족의 대과업인 통일의 이름 앞에 누구보다 문인들이 앞장 서야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선언문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중지 △남북한간 군비통제를 통한 긴장완화 △남북 당국간 조속한 대화 재개 △남북한간 이산가족재회 및 경제교류를 통한 국토보존·환경보호 등의 제도화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미·중·일·러 주변 4강의 협력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당시 7천만 겨레의 염원을 담은 통일촉진선언문 하나를 백두산에서 발표하는 데도 북한이 아닌 중국 영토를 통해, 그것도 중국 공안당국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한민족의 소원인 통일이 빨리 이뤄지길 기도합니다.

△한통문협은 어떤 단체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통해서 통일에 대한 지평을 넓혀가고 계신지 소개해 주신다면.

=한통문협은 ‘통일은 문학으로’라는 캐치 프레이즈 아래 시와 수필 등 문학을 통해 통일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2013년 11월 21일 임진각 망배단에서 ‘대한민국평화통일촉진문화인대회’를 개최하고, 통일부의 허가를 얻어 2014년 8월 12일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습니다.
최근에는 통일과 문학에 대한 지평을 활짝 넓히고자 ‘한통문협문학교육관’도 개관했습니다. <통일문학과> <시창작과> <시조창작과> <아동문학과(동시,동화)> 등의 강의를 개설하고, 새로운 체험적인 창작 이론과 함께 수강회원 작품의 첨삭지도를 겸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일문학세미나를 꾸준히 개최하면서 통일의 그 날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해 나갈 계획입니다.

△장시간 송년대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본보의 독자들과 한국교회를 향해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생명을 살리는 것입니다. 남과 북이 하나되고 평화롭게 통일이 되는 것이야말로 생명을 살리는 길입니다. 우리 모두가 민족통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통일을 준비하는 한사람한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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