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광복 70년이 주는 의미는 유독 남다르다. 사람도 70살을 먹으면 ‘고희’라 부르며 ‘칠순잔치’를 하는데, 이 나라가 일제의 피압박에서 해방된 지 70년이 더 지났으니 어찌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음껏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싶다.
하지만 광복 70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직도 이 나라는 일제의 잔재가 넘쳐난다. 길거리에 시커먼 매연을 품고 달리는 일제 자동차, 연신 후레시를 터트리는 일본산 카메라, 번화가에서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는 일본 편의점, 인기 연예인들의 일본 직수입 패션 등등 수많은 일제가 나라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지리적인 해방은 맞았으나, 일본의 다방면 식민지정책에 맥없이 무너진 꼴이다. 도대체 무엇이 해방되었단 말인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우리나라를 식민지화 했던 일본의 진심이 담긴 반성을 전혀 받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무엇이 무서워서 일본의 편의만을 봐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여전히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로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서있기도 힘들어 휠체어에 의지해 앉아 있지만, 꽃다운 나이에 일본의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강단이 넘친다. 아쉽지만 이마저도 해가 갈수록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연로한 나이 때문에 한명, 한명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파렴치하게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죄와 보상요구를 끝내 모른 채 하고 있다.
누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사지로 내몰았는가. 정부는 왜 여전히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가. 또한 강제로 징용된 조선인들의 피와 땀이 서린 지옥의 섬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순간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단순히 광복 70년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행정의 표본만을 보여주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정부의 행태에 억장이 무너진다. 선열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이 나라의 주권이 고작 그것밖에 되지 않는 지 되묻고 싶다. 정부마저 정도의 길을 가지 않으면 누가 이 나라의 대표자가 된단 말인가.
광복 70년 뜻 깊은 해이지만, 작금의 대한민국은 앞서 살펴봤듯이 여전히 진정한 해방을 맞지 못했다. 더욱이 이 나라는 스스로를 또 다른 억압과 식민지 감옥에 가둬놓고 있다. 부의 편중은 심각해져 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으며,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갈등은 국민 분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시대에 뒤쳐진 지역갈등은 지속되고 있으며, 남북 간의 대결구도 또한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말 그대로 나라 전체가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있다.
이제 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 한국교회가 나서야 할 때이다. 몇몇 교단들만의 잔치가 아닌 한국교회 전체가 진심으로 이 나라와 민족의 하나됨을 위해 나서도록 공교회성을 회복해야 한다. 단지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서고, 한국교회가 회복되고, 한반도 평화통일이 실현되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
8.15 광복절을 기해 한국교회가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는 모체가 되길 소망한다. 갈등과 분열로 얼룩져 있는 사회 속에서 한국교회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절망에 빠진 우리 민족에게 희망등불이었던 초기 한국교회의 모습을 회복하길 소원한다. 광복 70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회개와 각성을 통해 하나님의 세상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예장합동개혁 총회장/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