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신 목사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친일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가 일본 극우주의자들이나 쏟아낼 법한 망언을 쏟아내 충격을 주고 있다.

박근령씨는 “일본의 신사 참배는 후손이 조상을 찾아가는 것, 참배하지 않겠다는 것은 패륜이다. 총리보다 훨씬 중요한 천황(일왕)이 머리를 숙여 사과했는데 왜 총리가 바뀔 때마다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라고 하느냐”고 발언했다.

박씨는 또 “일본이 제철소를 지어주고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많이 했는데 피해의식만 갖고 산다면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광복절을 앞두고 이 무슨 망발인가. 그것도 전 대통령의 딸이자 현 대통령의 동생, 사회 지도층 중에서도 최고의 로열패밀리 인사가 말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일본제국주의 치하의 36년간의 치욕의 역사를 우리가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된다. 비단 박근령씨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역사를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일본의 제국주의 치하에서 우리 민족이 얼마나 치욕적인 고통을 당했던가. 우리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가 아까운 목숨을 희생당하고, 아녀자들이 종군위안부로 끌려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처참한 유린을 당했던가. 그런데 이를 잊자고 한다. 더 이상 사과도 요구하지 말자고 한다. 제대로 된 사과나 배상이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친일의 잔재는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다. 일제 당시 친일 행위로 착취한 재산을 유산으로 물려받아 고학력으로 정치, 관료, 법조, 경제,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상류층으로 행세하며 권력과 부를 향유하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친일의 역사는 한국교회 내에서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다. 신사참배를 거부한 고신측을 제외하고 한국교회는 신사참배라는 우상숭배에 적극 가담했다.

또한 교회 지도자들은 이 땅의 젊은이들을 선동해 전쟁터로 내몰았다. 전쟁을 위한 군수물자를 조달해 이를 일본에 갖다 바쳤다. 이러고도 정작 한국교회는 제대로 된 죄책고백과 청산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교회는 신사참배를 둘러싼 교회와 목사, 성도들의 죄가 하나님과의 일대일의 신앙 관계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덮어두거나, 언급을 회피하며 그 죄의 심각성에 대해 별로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기독교의 이름으로 행한, 신사참배와 일제의 침략 전쟁 협력 행위를 하나님 앞에서는 물론, 우리 민족과 역사 앞에서도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 눈을 감는 자는 미래를 보지 못한다. 이제라도 한국교회 전체의 반성과 회개가 요구된다.

예장 통합피어선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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