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 연기 되어
속세의 연(緣) 돌아서면

영겁의 시공에
홀로 누워

빗물 젖어 내린
풀뿌리 감싸안고
자연과 하나 되어

계절이 오가고
백골이 진토 되어
옥토로 변신하면

자유로운 영이 되어
꽃피고 새우는 대지에
아름답게 피어나리라

▲ 정 재 영 장로
부활은 기독교의 중요한 용어다. 다른 종교에서는 그 말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시 속에 나온 단어 중 속세의 연, 영겁 등은 기독교에서 사용하지는 않는 말들이다. 연을 섭리로, 영겁을 영원으로 바꿀 수 있지만 정확한 사전적 의미는 다르다. 그러나 이 말들은 종교의식과 달리 우리 민족의 오랜 언어 역사 속에서 부지불식간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말들이 되었다. 그런 상황을 이해하면서 이 작품이 기독교적 신앙고백을 보여주는 것을 살펴보려 한다.

첫 연에서 인간의 모든 감정을 지시하는 희로애락이 연기가 된다 함은 속세 즉 현세의 삶에서 떠난 것을 말한다. 연기란 태워버린 사물, 즉 현세에서 철저히 떠남의 의미인 별세라는 말을 지시한다. 2연은 죽음 후 혼자 재림을 기다리는 오랜 시간을 말한다. 3연의 창조 전 원초적 모습으로 돌아가는 인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4 연은 몸이 흙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감각화 작업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연은 부활한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연기가 꽃으로 다시 피어나는 새로운 세계에서 새가 운다는 것은 시각성과 음악성을 숨겨 부활의 찬란함을 말하고자 함이다.

기독시와 신앙고백은 다르다. 전자는 시라는 언어예술의 장르요, 후자는 정확한 의사전달을 중요시 하는 기능인 산문적인 진술을 강조한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부활의 모습은 현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은 현대시의 기본인 ‘천상적 이미지를 지상적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에 충실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종교의 특성인 관념에서 철저히 탈피함으로 실념(實念)을 강조하는 현대시론의 바탕에서 이루어진 면은 작품의 미학성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 면에서 시의 표현기법 중요성을 재확인 시켜준다 하겠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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