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직분을 일반직업과 분류하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나
명목만 바꾼 세법개정안 불필요, 종교활동은 근로 아닌 봉사 주장

2015 세법개정안 무엇이 바뀌나

한국교회가 2015 세법개정안을 두고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연합이 “종교인 과세가 법제화 될 경우 아무리 명목을 달리해도 종교 활동을 근로 행위와 동일시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경고하고, “종교 활동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강제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명백히 밝힌 것처럼, ‘2015 세법개정안’은 많은 부분에서 개선된 곳이 보인다.

정부가 예고한 ‘2015 세법개정안’은 기타소득 중 사례금으로 포함됐던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 중 종교소득으로 규정했다. 특히 조세의 형평성을 맞추고, 소득이 높은 종교인에게는 세금을 더 거둬들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차등 방법을 도입했다.

가령 소득이 4000만원 미만일 경우에는 현재처럼 필요경비 80%를 공제해주고, 4000~8000만원은 60%, 8000~1억 5000만원이면 40%, 1억 50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20%만 공제해 주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세금납부의 방법에 있어서도 원천징수를 선택할 경우 국세청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하도록 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종교인 스스로 개별적으로 신고토록 하는 자율성도 포함했다.

기독교 내에서도 찬반 주장 ‘팽팽’

이러한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자, 잠잠하던 한국교회가 재차 달아올랐다. 일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환영하면서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구분함으로 세법상 소득분류 구조의 근로소득과 충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종교적 직분을 일반 직업과 차별적인 직업으로 분류함으로 모든 직업이 가지는 거룩한 부담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종교라는 직분이 특혜를 받을 직업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입장에서다.

이들은 또 근로기준법에서 의미하는 근로자는 아니지만 특정 조직에 소속된 종교인이 노동활동을 제공하고 주기적으로 받는 소득은 근로소득임에도 규정상 종교소득이란 명칭의 기타소득을 신설함으로 모
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노동의 의미를 행위자의 직업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소득분류의 혼돈을 발생시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또 종교인과 비종교인, 근로소득자와 종교소득자로 편을 나누어 쌍방 간의 차별을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또 다른 측은 정부가 계속해서 명목을 바꿔 세법개정안을 내놓고 있지만, 종교인 과세 법제화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조사에서 기독교인 중에서도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비율이 72%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찬반이 팽팽히 맞선다는 것은 그만큼 종교인 과세가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더욱이 한국교회의 내로라하는 연합기관들도 일제히 성명을 통해 종교인 과세 반대를 강력히 외치고, 미자립·개척교회가 80%라는 논리로 이들의 지원대책을 선요구하고 있어 입장 차이를 좁히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 두고 일부는 책임은 다하지 않고, 권리만 요구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실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입장은 조세의 형평성을 우선시 한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헌법 38조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논리로 종교인도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납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종교인들 중 천주교와 일부 개신교, 불교 등에서 이미 세금을 내고 있기에 납세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은 조세 평등원칙에도 위배되며,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세금을 내고 있는 근로소득자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대사회적으로 비춰지는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당연히 납부하자는 입장을 펴고 있다.

이에 반해 종교인 과세에 반대 입장을 펴고 있는 측은 종교활동을 근로가 아닌 봉사로 보고, 성직자가 지급받는 생활비나 활동비도 소득이 아닌 사례비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성도들이 이미 과세를 한 후 헌금을 낸 것이기에 종교인 과세를 단행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아울러 종교인을 향한 과세가 자칫 종교탄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은 찬성, 정치인은 ‘글쎄’

종교인 과세와 관련 한국교회 안에서도 찬반이 엇갈린 가운데, 여론은 종교인들도 이제는 납세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이미 종교인 과세를 스스로 실천에 옮기고 있는 불교와 천주교, 일부 개신교의 모습에 비해 반대를 외치는 주장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최근 일부 교회가 공금횡령, 불법자금 세탁 등의 장소로 활용되면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은 찬성으로 굳어졌다.
진보성향의 일부 목회자들은 한국교회가 이제는 종교인 과세를 무턱대고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납세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과세 반대측에서 제기하고 있는 자발적 납부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법으로 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종교인 과세, 아니 개신교 과세에 대한 긍정적인 바람이 부는데도 유독 정치계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바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벌집을 건드리지 말자는 심보다. 물론 소수이긴 하지만 종교인 과세를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여야 모두 눈치만 보기에 급급하다. 혹여나 표를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종교인 과세 문제는 도돌이표처럼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일부 한국교회에서는 이를 빌미로 총선 때 한 번 두고 보자는 놀부 심보를 부리고 있다.

한국교회 기회로 삼자

이처럼 종교인 과세를 두고 사회, 정치, 종교계 모두가 시끄러운 상황이지만, 정작 종교인 과세가 통과될 가능성은 극히 미약하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처럼 논란만 일었지, 역시나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국교회가 쾌재를 부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회적으로 한국교회는 종교인 과세문제로 인해 또다시 국민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부류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한국교회가 자발적으로 납세의 의무를 지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종교 활동을 근로로 보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제쳐두고, 한국교회 안에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을 고려해볼만 하다. 앞서 살펴봤듯이 이미 천주교와 불교, 일부 개신교에서 자발적으로 납세의 의무를 지고 있다면, 보수 기독교에서도 이를 따르기만 하면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종교인으로서의 각종 특혜를 바라기보다 종교탄압을 걱정하는 마음과 가진 것을 뺏길 것 같은 근심 등 오히려 종교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혜를 내려놓는다면,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제2의 부흥기를 맞을 수 도 있다. 이번 기회에 한국교회가 과거 사회의 본이 됐던 모습으로 회귀하면 어떨까라는 바람이 이뤄지길 소망해본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